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의 신에너지차(친환경차) 시장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 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현지 주요 업체들은 유럽, 미국에 이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나섰다.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는 16일 한국 시장에 승용 브랜드 공식 출범을 알리는 행사를 개최한다. 국내에 출시하는 첫 모델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다. 지난 13일 환경부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며 다음 달 판매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달 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관람객이 중국기업 지커(Zeekr) 전시관에서 미니밴 믹스(Mix)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BYD를 시작으로 지커, 샤오미,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국내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리그룹 산하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국내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전시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샤오미, 샤오펑도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내수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온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는 자동차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 됐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5.3% 증가한 2310만대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이 중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40.7% 증가한 1089만9000대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친환경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7.67%로 올해는 50%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YD 중국 선산 공업단지 내 자동차 생산 공장. /BYD 제공

중국은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뒤 수출 물량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수출은 전년대비 19.3% 증가하며 처음으로 500만대를 넘어섰다. 내연기관차 수출이 23.5% 증가한 457만4000대를 기록한 가운데 친환경차 수출이 6.7% 증가한 128만대를 기록했다.

유럽, 미국이 관세 장벽을 쌓고 있어 향후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 수출 물량을 쏟아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올렸는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0% 이상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005380)그룹 HMG경영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은 지속되겠지만, 중국 업체의 영향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 친환경차 판매량(1559만대)의 3분의 2는 중국이 차지했다. 업체별 점유율도 BYD(1위), 지리(3위), 창안(6위) 등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기아(000270) 등의 점유율은 대부분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