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방식의 포도원을 일군 이유는 간단하다. 유기농 포도는 품종과 토지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표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도치노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유기농 와인 브랜드 ‘본테라(Bonterra)’는 ‘떼루아의 정직한 표현’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름 자체가 라틴어로 ‘좋은(bon) 땅(terra)’을 뜻한다. 좋은 땅에서 좋은 와인이 나온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1987년 펫저(Fetzer) 가문이 설립했다. 캘리포니아 최초의 유기농 와이너리이자 미국 정부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은 최대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유기농 와인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와인과 비교하면 맛과 향에서 독특한 차이를 보인다. 포도 재배 과정의 차이점 때문이다. 유기농 포도는 화학 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포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농도도 짙다. 토양, 기후 등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포도 본연의 맛이 더 잘 드러나는 셈이다.
일반 와인에는 합성 첨가물이 여럿 들어가기 때문에 “포도가 없어도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유기농 와인은 이에 비해 깨끗하고 순수한 맛을 낸다. 일부 소비자에게는 덜 정제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유기농 와인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본테라도 ‘좋은 땅’이라는 이름처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지속 가능한 와인 생산을 실천하고 있다.
예컨대 매년 봄에는 포도밭 사이에 콩과 식물, 양배추과 식물, 허브 등의 작물을 심는다. 생물 다양성을 높여 곤충을 비롯한 유익한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포도밭 주변의 생태적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겨울에는 지역 양치기들과 협력해 포도밭에 양 떼를 데려와 방목한다. 양들이 작물과 잡초를 뜯어 먹으며 토양에 활력을 더한다. 화학 비료 없이도 살아있는 토양 시스템을 구축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은 트랙터 통행을 줄여 연료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태양광 발전, 물 사용량 절감, 포도 껍질 재활용 등 여러 친환경 기술을 도입해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본테라는 미국 농무부 산하 유기농 인증기관의 ‘CCOF(California Certified Organic Farmers)’를 비롯해 ‘비콥(B-Corp·Benefit Corporation)’, ‘재생 유기농 인증(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 ‘트루 제로웨이스트(True Zero waste)’ 등 다양한 친환경 농법·경영 관련 인증을 받았다.
본테라의 고향인 멘도치노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와인 생산지인 나파(Napa)와 소노마(Sonoma)보다 북쪽에 있다. 태평양의 영향을 받아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선선한 기후가 특징이다. 포도가 천천히 익을 수 있어 풍미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와인 재배에 최적화된 자연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다양한 토양층이 어우러진 독특한 떼루아는 본테라 와인의 풍부한 맛과 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점토질과 자갈이 섞여 있는 토양은 포도나무가 깊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포도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갈 덕에 배수가 잘되고 영양분이 풍부해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는 데 이상적이다.
본테라의 대표 와인으로는 소비뇽 블랑, 카베르네 소비뇽, 에스테이트 컬렉션 카베르네 소비뇽, 더 맥냅 등이 있다. 그중에서 본테라 카베르네 소비뇽은 세계적인 와인 매체인 ‘와인 엔수지애스트(Wine Enthusiast)’에서 92점을 받았다.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와인은 탁월한 품질을 가진 와인이라는 뜻이다. 높은 수준의 균형과 복합성을 보여주며, 마시는 경험이 특별하고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본테라 카베르네 소비뇽은 깊은 가넷 색상을 띤다. 블랙 체리, 블랙 커런트, 스파이스 등의 향과 함께 다크 과일, 가죽, 담배, 연필깎이의 풍미를 선사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 후 14~18개월 동안 프랑스 및 미국산 오크 배럴에서 숙성해 바닐라와 토스트 향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적당한 무게감과 깔끔하게 다듬어진 탄닌과 산도가 균형을 이루면서 완벽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숙성 가능성이 높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깊은 맛이 난다. 구운 브리 치즈, 허브 베이스 파스타, 루스틱 브레드 스틱과 잘 어울린다.
본테라 카베르네 소비뇽은 2025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신대륙 레드와인 가운데 최고 와인에 주는 ‘베스트 오브 2025’를 수상했다. 아영FBC를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