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앱 업체 쿠팡이츠가 최근 일본 법인을 세우고 도쿄 일부 지역에서 음식 배달서비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일본 배달앱 시장 1위는 점유율 70%에 달하는 우버이츠입니다. 아날로그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은 일본 시장에서 외국계 플랫폼인 우버이츠가 성공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뒤를 이은 쿠팡이츠가 일본에서 우버이츠와 어깨를 견주려면 차별화 전략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쿠팡이츠 배달 오토바이가 서울 송파구 쿠팡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뉴스1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일본 서비스명은 ‘로켓나우’로 지난달 5일부터 현지에서 라이더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다만 쿠팡이츠가 일본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은 상태로, 고급 주택가가 모인 미나토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쿠팡은 2021년 도쿄 일부 지역에서 식품·생필품을 10분 만에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주문 다음 날 배송하는 국내 ‘로켓배송’과는 달리 상품 주문 즉시 배달원이 전달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쿠팡 진출 후 경쟁 기업들이 잇따라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2년 만에 쿠팡은 일본에서 사업을 접었습니다.

이번에 도전하는 분야는 음식 배달입니다. 대규모 물류 투자가 필요한 퀵커머스와는 달리 음식 배달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본 배달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능률협회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음식 배달 시장은 2019년 1700억엔(1조6000억원)에서 2022년 3300억엔(3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일본 음식 배달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8.4%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일본 음식 배달 시장은 외국계 플랫폼 회사들이 번번이 쓴맛을 봤던 어려운 시장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도 일본 시장에 두 차례 도전했다가 실패한 바 있습니다.

배민은 2014년 일본 ‘국민메신저’인 라인과의 합작법인 ‘라인브로스’를 설립해 ‘라인와우’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선 배달앱 문화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이어서 1년 만에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일본에서도 배달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하자 배민은 2020년 일본 시장에 재도전하며 ‘푸드네코’를 출시했습니다. 그러나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사업을 매각하면서 일본에서도 철수했습니다.

약 9년 전 일본에 진출한 우버이츠는 일본 시장에서 현지화에 성공하며 7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달성해 글로벌 플랫폼 업계에서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버이츠가 일본 시장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비결 중 하나는 배달 서비스를 택시 배차 서비스와 연계한 것입니다. 일례로 우버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우버원 사용자들에게 사용 요금의 일부를 캐시백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하나의 앱에서 택시와 배달 등 우버의 주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입니다. 우버이츠는 최근 일본 대형마트 회사인 이온과 제휴를 맺고 음식 배달뿐 아니라 소형 슈퍼의 식료품 배달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버가 미국, 호주 등 주요국 도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범용성’ 앱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를 설득해 13~17세 청소년 대상의 ‘우버 틴즈(Uber Teens)’ 서비스를 출시해 일본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모양새입니다. 우버의 아시아담당 임원은 최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버는 3분 32초 만에 차를 부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나카가와 신타로 우버이츠 재팬 대표는 “배달 수수료를 올리면 플랫폼 사업자인 우리는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인상된 비용을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고, 배달 건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며 “주문 건수가 늘어날 수 있는 가격대로 설정하면서 수익화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버는 글로벌에서 사업을 전개해 온 노하우가 있고, 앱의 기능, 효율성, 알고리즘 등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것이 일본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배달앱 시장 2위인 데마에칸은 2020년 네이버가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함께 인수한 회사입니다. 라인 메신저와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력을 높인 점이 특징입니다.

쿠팡이츠가 이런 상황에서 일본 소비자들에게 어떤 ‘당근’을 제시해 이용자를 확보할 묘수를 낼지는 아직은 미지수입니다. 국내에선 쿠팡이츠가 모회사 쿠팡의 와우멤버십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은 단순히 독특한 서비스나 현금성 쿠폰 지원으로는 단골 고객을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다”라며 “추후 쿠팡이 어떤 로컬 파트너와 손을 잡고 일본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