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 시위엔 경찰 추산 2000명,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이후 8년 만에 탄핵 정국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주말부터 대규모 촛불 시위가 예고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촛불 시위가 길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촛불 시위가 확산하면 대목인 연말 매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 도심 백화점 매출 감소 전망… 라방 등 타개책 마련 고심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도심 내 백화점 점포는 2016년 말에 있었던 촛불 시위 당시 매출이 감소했다. 당시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1%,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매출은 5.5% 감소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해 도심 지역 백화점 대신 다른 쇼핑 장소를 찾아간 데 따른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당시 본점 매출은 역신장했지만 강남점 매출 증가율은 평균보다 높았다”며 “본점 대신 강남점을 찾아 쇼핑을 즐긴 소비자가 많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에 백화점 업계에서는 촛불 시위가 길어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할인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각 점포 매장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일명 라방) 쇼핑으로 매출을 내는 것도 타개책으로 언급되는 내용 중 하나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시위가 확산하고 기간이 길어지면 도심 백화점을 찾는 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연말 매출 신장은 당장의 과제인 만큼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 호텔 연회장 대관 매출 감소 불가피… 일찌감치 예약 나선다
호텔업계에서는 촛불 시위가 이어질 경우 연회장 대관에 타격이 일정 부문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과 2016년에 있었던 촛불 시위 당시 결과를 취합해 얻은 결론이다.
이명박 정권이었던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당시 광화문·시청 일대의 호텔 객실 투숙률은 10%가량 떨어졌다고 한다. 당시 시위에서는 일부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못했던 탓이다. 당시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해 일부 시민이 연행되는 사건도 있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당시 촛불 시위에 따른 소음으로 편히 쉬질 못한다는 점, 오가는 사람이 늘면서 로비 등이 혼잡하다 점 등을 이유로 예약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2016년 말에 있었던 촛불 시위는 양상이 좀 달랐다. 지방에서 시위에 참여하려고 올라온 이들이 인근 호텔에서 투숙하면서 투숙률이 오히려 올랐다. 당시 외신들이 촛불 시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영향을 줬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투숙률과 레스토랑 예약률이 오히려 오르는 기현상도 있었다.
당시 AFP통신은 “대규모 집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축제 같았고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및 그가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경찰과 충돌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한국의 주말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돼 대형 공공 축제 같은 모습”이라며 “젊은이와 노인이 함께 어울리고 노점상들은 셀카봉, 간식, 온열팩 등을 팔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호텔 연회장 대관은 타격이 있었다. 2016년 시청 일대 호텔 대관 담당자들은 예비 신혼부부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주말 결혼식 날이 시위와 겹치면 하객들의 불편함 등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 다른 예식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호텔업계 담당자는 “당시 연회장 예약률이 20%가량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이에 호텔업계에서는 대관 행사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일단 촛불 시위가 폭력 사태로 얼룩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연회장 대관 수요 감소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전체 금액은 조금 깎아주되 계약금을 조금 더 받고 취소와 환불이 안 되는 조건으로 예약을 채워 넣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편의점 업계 “매출 증가 예상 품목 확충으로 대비”
편의점 업계에서는 촛불 집회 인근 편의점의 특정 상품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수와 핫팩, 양초, 종이컵, 삼각김밥 등이 대표적이다. 촛불 시위가 길어지고 확산하면 매출 증가 물품의 주문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2016년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 GS25 20개 점포의 간편식·티슈·종이컵·LED(발광다이오드) 양초·건전지 등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최소 37%에서 최대 290% 늘었다. CU 광화문 인근 점포들의 양초·건전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9%, 22% 늘었다. 삼각김밥과 핫팩의 매출 증가율은 각각 33%·32% 정도였다.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서울 도심 지역 커피 프랜차이즈는 주말에 유동 인구가 줄어드는 특성이 있는데 촛불 시위가 길어지면 시위 참석자들이 늘면서 매출도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광화문 일대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은 평균 40%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늘어나면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매장 회전율 등도 감안해야 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