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兆 매출 유통기업' 도약 발판으로 선보인 동춘175
오는 7월 개장 3년 만에 영업 종료… "코로나19 직격탄"
본업 패션 사업도 '흔들'…영캐주얼 브랜드 'NII(니)' 매각
국내 토종 패션기업 세정그룹이 운영하는 복합생활쇼핑몰 ‘동춘175’가 오는 7월 문을 닫는다. 2018년 문을 연지 3년여 만이다.
세정그룹은 5일 "동춘175가 올해 7월 4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며 "향후 이곳은 다른 모습의 공간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춘175는 2018년 7월 문을 연 복합생활쇼핑 공간이다. 세정그룹의 물류센터를 거쳐 아웃렛으로 운영하던 공간을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동춘175라는 명칭은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이 1968년 부산 중앙시장에서 개업한 ‘동춘상회’에서 따왔다. 현재 동춘175에는 세정팩토리아웃렛을 비롯해 지역 맛집을 모아둔 ‘고메175’와 놀이시설 ‘바운스 프램폴린 파크’ 식품·생활용품 편집숍 ‘동춘상회’ 등이 입점해 있다.
세정그룹은 ‘라이프스타일 유통기업’으로 본격 도약을 선언하며 동춘175를 선보였다. 박 회장은 2014년 세정그룹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2020년까지 매출 2조원 규모의 ‘글로벌 전문점 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로부터 4년 후 선보인 것이 동춘175다. 개관 당시 세정그룹은 "동춘175를 시작으로 차별화된 유통 플랫폼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쇼핑몰에서 휴식을 즐기는 ‘몰캉스(쇼핑몰+바캉스)’ 문화가 확산하면서 지역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세정그룹에 따르면 한때 동춘175의 평일 평균 방문객은 약 5000명, 주말 방문객은 1만여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줄면서 동춘175 매출도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나 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완전히 접는 건 아니다"고 했다.
세정은 본업인 패션 사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최근 자사 캐주얼 브랜드 ‘NII(니)’ 매각을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니’는 세정그룹이 1999년 처음 선보여 22년간 키워온 브랜드다. 회사는 사업 효율화를 매각 이유로 꼽았다.
‘니’를 운영하는 세정그룹 계열사 세정과미래의 매출액은 2017년 799억원에서 2018년 629억원, 2019년 449억원으로 감소했다. 적자도 계속됐다. 2018년 영업손실 5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2019년에는 적자 폭이 94억원으로 늘었다.
세정그룹의 2019년 매출은 약 1조400억원이다. 이 회사가 목표한 매출(2조원)에서 절반 가량 모자란 수준이다. 영업적자는 69억원이었다.
세정그룹은 온라인에서 생존책을 찾고 있다. 자체 패션 브랜드 편집숍 ‘웰메이드’, 생활용품 편집숍 동춘상회 등의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했다. 주요 고객이 중장년층(40~50대)인 웰메이드는 지난해 트롯 가수 임영웅을 모델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