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의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하면서 기업공개(IPO) 재추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하이퍼마켓 사업부문(가칭 이랜드홀푸드)과 패션 브랜드 사업부문(가칭 이랜드글로벌패션)을 각각 물적분할하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은 분할 존속회사로 남아 특정 매입 사업 부문을 통해 입점 수수료 및 임대수익을 내면서 부동산 개발과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 측은 사업구조 재편의 이유로 “사업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상장 재도전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적분할로 각 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IPO를 성공시키려는 구상이라는 관측이다.

/이랜드그룹

◇이랜드홀푸드, 온라인 장보기 강화... 상장까지 직진

특히 이랜드홀푸드의 상장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킴스클럽과 NC식품관을 운영 중인 홀푸드 사업부는 최근 오아시스마켓 지분 3%(보통주 84만2062주)를 33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으며 온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새벽 배송과 차제 브랜드(PB) 판매망 확대 등을 통해 외형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다는 포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킴스클럽의 지난해 매출은 84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연 매출이 수조~수십조원에 달하는 대형마트 빅3(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이런 이유로 2015년 이랜드는 킴스클럽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온라인 장보기가 존재감을 드러내자 할인점을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 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은 이랜드홀푸드를 금융 차입금 없는 우량회사로 키워 상장을 성공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그는 “현재의 오프라인 중심 패션·유통 사업으로는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어려운 만큼, 온라인 사업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구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킴스클럽 서면점. /이랜드그룹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롯데쇼핑(023530), GS리테일(007070) 등 유통 강자들도 포기한 새벽 배송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것을 두고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에 이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거품이 빠질 때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봤다”라며 “새벽 배송시장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오아시스마켓과 협력을 통해 적자 안 내는 새벽 배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IPO 삼수 도전, 이번엔 성공할까?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16년 말 상장을 추진했다가 외식기업 이랜드파크의 급여 미지급 논란 등으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증시 불안정성을 이유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이랜드리테일과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6000억원을 전액 돌려주면서 부채를 떠안기도 했다.

수십 개의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해 덩치를 키웠지만, 주력 사업인 패션 부문의 수익이 낮아지면서 재무 상황이 악화한 것도 상장 실패에 영향을 미쳤다.

2016년 말 한국신용평가는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또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각각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윤성대, 안영훈 이랜드리테일 공동 대표이사. /이랜드그룹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 악재가 닥친 2020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대구 동아백화점 본점, 엔씨(NC)백화점 커넬워크점, 2001아울렛 수원점, 뉴코아아울렛 안산점 등을 폐점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작년과 올해는 유통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인 1981년생 윤성대·안영훈 대표를 공동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물적분할을 염두에 둔 인사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랜드리테일은 2017년 처음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그해 연결 기준 매출은 2조638억원, 영업이익은 2240억원이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7425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으로 5년 새 각각 15%, 97%가 줄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아직 상장 계획은 잡혀 있지 않지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라며 “독립 경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투자 부문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