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 6년차에 접어든 직장인 박모(35)씨는 다가오는 추석 연휴가 두렵기만 하다. 이번 연휴엔 경남 창원에 있는 시댁에서 시댁 식구들과 다 같이 명절을 쇠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코로나 덕에 최근 한 삼 년 간은 명절에 집에서 편히 쉴 수 있었다”면서 “이번 추석엔 인원 제한이 없으니깐 바로 시부모님이 호출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댁 눈치보면서 전 부치고 음식 할 생각하니 막말로 코로나에 한 번 더 걸리고 싶더라”고 심정을 드러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맞으면서 며느리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어려웠지만, 이번 추석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설·추석 연휴와 달리 사적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벌써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며느리들의 ‘곡소리’가 올라오고 있다. 식재료 준비부터 전 부치기, 설거지, 청소 등 ‘명절 노동’에 벌써부터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며느리가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모(34)씨는 이번 추석 차례상 준비가 가장 막막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지난 2020년 결혼을 한 김씨는 이번 추석이 시댁에서 맞는 첫 명절이다. 시판용으로 차례 음식을 사가려고 했던 김씨는 시어머니가 핀잔을 줘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시어머니께서) 동그랑땡은 두부부터 으깨고, 새우전에 들어갈 새우는 내장부터 제거하라고 하시는데 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전주에 사는 이모(52)씨는 오는 추석을 ‘중노동’ 하는 날이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얼마 전 성균관에서 명절 음식을 간소화하자는 표준안을 냈다는 뉴스를 봤는데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 시댁은 오전 8시까지 전만 여섯 가지, 나물 세 가지, 생선, 고기, 국까지 준비해야 한다”며 “이번 추석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속이 울렁거린다”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에 시댁을 방문한다는 30대 장모씨는 “성균관에서 명절 음식을 간소화한다는 뉴스 링크를 시어머니가 계시는 단톡방에 올렸더니 제사 지내는 방식은 ‘가가례’라고 하시며 성균관에서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하시더라”며 “명절이 시작도 되기 전에 갑갑한 마음”이라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던 때를 그리워하는 며느리들도 있었다. 한 지역 맘카페에는 “명절 생각하니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수액까지 맞고 있다. 코로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카페 이용자들은 “작년이 오히려 좋았다” “벌써부터 목과 어깨가 쑤신다” “코로나 카드를 쓰고 싶다” 등 작성자에게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도 며느리들의 걱정은 잇따랐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명절 증후군에 관한 게시글에 “이번 추석엔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 반가운 척도 해야 하니 설상가상이다” “표정 관리가 안 될 것 같다” “확진자가 다시 늘어났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