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성남제일초등학교에서 붕괴 우려로 등교 거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과 학부모들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도교육청이 학교 안전진단을 학부모와 교육청이 각각 시행하자는 대안을 내놨지만, 학부모들은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경기도와 성남제일초 학부모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성남제일초 체육관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교 붕괴 위기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엔 임 교육감과 이경희 성남제일초 교장, 학부모 67명 등이 참석했다.
성남제일초는 학교를 둘러싼 옹벽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일부 학부모들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등교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일 개학했지만 현재까지 매일 약 200여명이 등교거부 운동에 참여하며 정상적인 학사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전문가 소견 등을 근거로 붕괴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지만, 학교와 교육청 측은 매년 진행하는 안전진단에서 문제가 없었다며 안전사고 위험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임 교육감은 간담회에서 학교 안전 진단을 학부모들이 직접 시행해보는 것을 제안했다. 또 학교에서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안도 제시했다.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면서 수업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임 교육감은 “교육청은 나름대로 안전 문제를 점검하는 전문가 집단이 있다”면서 “교육청의 전문가가 나서면 교육청 입장에서 점검한다는 불필요한 오해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학부모들도 전문업체에 의뢰할 것 제안한다”며 “교육청과 학부모 단체에서 시행한 안전 점검 결과 두 가지가 나온 이후 문제의 해결책을 찾자”고 말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제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A(44)씨는 “학교가 무너질지 모르는데 학부모에게 안전 진단을 하라는 것은 책임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부모 B(38)씨는 “문제를 학부모들이 찾았는데 해결책까지 학부모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학부모들은 석축의 안전을 보강하는 작업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비대면 수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학부모 C(38)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회성과 규칙을 배워야 하는데 지금 1학년인 아이가 비대면 수업을 받는다면 기초적인 사회성을 배우지 못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한 학부모는 “맞벌이 부부인데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해서 애간장이 탄다”고 하소연했다.
학교 측은 비대면 수업 환경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남제일초 관계자는 “학교는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이되 비대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출석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한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가정 등 (돌봄 공백으로) 학교에 나와야 하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현재로선 마련된 게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