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은 1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첫 정식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몇 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요구를 수용해 해제한 비폭력 사건인데 이를 검찰이 내란죄로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은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뒤 국회의 해제 요구를 거쳐 6시간 만에 해제된 바 있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부터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먼저 검찰이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관련한 공소 사실을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1시간쯤 제시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윤갑근 변호사가 공소 사실을 부인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국회를 봉쇄하거나 주요 인사를 영장 없이 체포·구금하려고 한 사실이 없다” 등의 내용이었다.

◇尹 “계엄 사전 모의, 코미디 같은 얘기”… 총 93분 동안 발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재판에서 42분, 오후 재판에서 51분 등 총 93분 동안 직접 발언했다. 이날 총 9분 정도 발언한 자신의 변호인보다 더 많이 말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몇 시간 만에 해제된 비폭력 사건이라 내란죄가 적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검찰이 공소 사실을 제시한 파워포인트를 화면에 다시 올려달라고 요청한 뒤 필요한 페이지를 지목하며 조목조목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했던 것들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많이 탄핵 당하고 실체가 밝혀졌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초기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 기관의 유도에 따라 진술한 부분이 검증 없이 (공소장에) 나열됐다”고 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사전 모의해서 작년 봄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다는 거 자체가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계엄 때 저는 군인들에게 실탄 지급을 절대로 하지 말고 민간인과 충돌을 피하라고 지시했다. 평화적인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과거 군정 쿠데타와 계엄은 다른 것”이라며 “계엄 선포는 자유 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것인데 군정과 쿠데타는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엄을 쿠데타, 내란과 동급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법적 판단을 멀리 떠난 것”이라며 “우리 군을 군정과 쿠데타에 활용하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휴정 후 오후 2시 15분 다시 시작된 오후 재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측 주장을 하나하나 짚으며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발언이 끝나자, 윤갑근 변호사는 “이 사건 기소는 위법한 절차에 의한 기소로, 공소 기각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언제 어떤 모의를 했다는 건지, 대통령이 지시한 게 어떤 건지 등 공소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가져오는 위법한 공소장”이라고 했다. 이어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진행해 쟁점과 증거 등 정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26년간 검사 생활을 한 내가 봐도 (공소장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뭘 주장하는 건지, 이게 왜, 어떤 로직에 의해 내란죄가 된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더라”며 “(내란죄) 진위 여부를 떠나서 재판부가 로직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 이건 그냥 조서를 모자이크식으로 붙인 거라 판단된다”고 추가 발언했다.

◇조성현·김형기 검찰 신문 진행… 尹 “순서 이해 안 돼, 정치적 의도”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 측이 신청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먼저 신문에 나온 조 단장에게 ‘(작년 12월 4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본청 내부에 진입해 의원들을 외부로 끌어내란 지시를 받은 게 맞느냐’고 물었고, 그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검찰이 ‘헌재(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사령관으로부터 ‘특전사가 국회의원 데리고 나온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 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조 단장은 “사실이다. 내가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측) 질문을 헌재에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반대 신문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반대 신문을 제가 할 건 아닌데, 증인이 오늘 나와야 했는지, 그렇게 급했는지 순서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했다. 또 “헌재에서 이미 다 신문한 사람을, 기자들도 와 있는데 자기들 유리하게 오늘 굳이 장관을 대신해 나오게 한 건 (검찰에)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하기로 했지만, 일정상 변경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김형기 대대장에 대한 검찰 측 신문도 진행됐다. 김 대대장은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저항을 뚫고 (국회) 본관에 들어가 의원 끄집어내. 문 잠그고 의결하려 하니 문짝 부수고서라도 다 끄집어내. 대통령 지시다. 전기라도 끊어라’는 지시를 받고, 국회 문을 강제 개방해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냐’는 검찰 질문에 “네 맞습니다”고 답했다.

또 김 대대장은 검찰이 ‘당시 병력이 무장 상태로 출발했느냐’고 묻자, “맞다”고 했다. 이어 ‘지휘 차량에 소총용 실탄이 적재된 것을 알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는 “(비상계엄 해제 후) 인터뷰할 때 실탄 500탄이 적재된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은 “군대가 빈 총만 들고 이동하는 건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내가 실무장하지 말라고 한 건 개인 화기에 개별적으로 실탄을 지급하지 말라고 한 거다. 혼동될 수 있을 것 같아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진행상 문제를 들어 조 단장과 김 대대장에 대한 변호인 반대 신문을 하지 않고, 다음 공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건 2차 공판 기일은 오는 21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