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성이 미국 시민권을 따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서는, 다시 한국 국적을 회복시켜달라고 법무부에 신청했다. 법무부는 신청을 불허했다. 군 미필인 이 남성이 병역을 기피하려고 현역 입대 의무가 끝난 만 36세에 국적 회복을 신청했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1심 법원은 “병역 기피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법무부의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30대 남성 A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 회복불허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만 16세였던 2002년 미국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정부에서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2023년 말까지 한국과 미국을 오갔다. A씨는 일년 중 짧게는 210일, 길게는 264일을 한국에서 지냈다.
A씨는 군에 입대해야 할 나이가 됐지만 하지 않았다. A씨는 미필 상태로 만 36세가 된 지난 202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에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는 국적법 15조에 따라 한국 국적을 잃었다.
이후 A씨는 법무부에 국적 회복 신청서를 넣었다. A씨는 법무부에 “미국에 입국할 때마다 2차 입국심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해소하고자 미국 시민권을 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적을 회복하면) 국가연구원 전문연구요원이나 주요 행정기관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병역을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땄다며 국적 회복을 허락하지 않았다. A씨는 이에 국적 회복 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병역 기피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국외 여행 허가 기간 중 국내에 장기체류한 점은 A씨에게 병역 의무 이행 의사가 있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사정이긴 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A씨에게 병역기피 의도가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정황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A씨가 국적회복 신청서에 병역 이행 계획을 써넣은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A씨가 국적회복허가를 받았을 경우, 병역 의무 이행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지 다소 의문이 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