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행정법원 제공

수습 직원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이틀만 근무한 내용을 점수로 매겨 정규직 채용 근거로 활용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작년 12월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A씨는 2022년 11월경 토공 사업 등을 경영하는 B사와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3개월 수습 기간 후 평가에 따라 본채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B사는 2개월 뒤인 이듬해 1월 16일 A씨에게 업무 능력·태도·기타 실적 등을 고려해 본채용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A씨에게는 수습 기간인 2월 15일까지 기존 업무를 마무리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본채용 거부 판단에 불복해 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잇따라 “본채용 거부가 정당하고 절차상 하자가 없다”며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재판에서 본채용 거부 사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고 B사가 공정한 평가 없이 본채용을 거부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관계자 3명이 A씨를 평가해 10점 만점 중 3.74점, 4.6점, 3.8점 등을 부여했고 이를 근거로 본채용을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B사가 A씨를 평가한 기간에 주목했다. A씨와 함께 일한 직원 2명은 각각 근무한 지 이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A씨를 평가했다. B사는 이를 근거로 ‘채용 불가’를 통보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평가가 근로 개시일부터 2개월 만에 이루어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능력이나 태도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본채용 거부 통보 과정에서 근로기준법도 위반했다고 봤다. 근로기준법 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사유가 구체적으로 기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B사가 A씨에게 보낸 통지서에는 사유는 물론 평가표도 제공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사가 A씨에게 구체적·실질적인 본채용 거부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본채용 거부에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월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