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기술 유출 범죄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분류돼 1년 이상의 징역, 최대 6년형이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9일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술침해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 기존 양형 사례나 법정형이 동일한 유사 범죄군의 양형기준보다 상향된 형량 범위를 제시한 것이다.
양형기준은 형량을 결정할 때 판사가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다. 범행 경위나 정도,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 등을 고려해 양형 인자를 정한다. 이에 따라 권고 형량의 범위를 감경이나 기본, 가중 등으로 나눠서 형량을 계산한다. 꼭 지켜야 할 의무는 없지만 판결문에 별도 사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일선 법관들은 판결 시 양형기준을 참고한다.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는 범죄에 대해 양형위는 감경 영역이면 2~5년, 기본 영역이면 3~7년, 가중 영역이면 5~12년으로 정했다. 최대 권고형량도 15년(기존 9년)으로 올렸다.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영향을 주는 ‘특별 양형인자’ 중 가중 인자가 감경 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1.5배까지 상한을 올릴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됐다.
또 양형위는 기술유출 범죄의 특성도 고려했다. 거래처나 파견직원 등이 기술을 빼돌리는 범죄도 다수 발생했는데, 현행 정의규정이 이 범죄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에 특별가중인자에 ‘비밀유지에 특별한 의무가 있는 자’의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 등 비밀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자’, ‘이에 준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아울러 양형위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주요 참작 사유에서 초범인 점을 제외했다. 기술침해 범죄가 대부분 초범이지만, 기술을 침해당한 범죄로 인한 피해는 크기 때문이다. 양형위 관계자는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유사 범죄군의 양형기준보다 상향된 형량 범위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마약 범죄의 양형기준 상향안도 의결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마약류를 팔거나 가액이 10억원 이상의 마약을 유통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했다. 대마 또한 기존보다 무겁게 처벌한다. 감경 영역 2년 6개월~6년, 기본 영역 5~8년, 가중 영역 7~10년이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마역을 사용·투약·제공하는 경우도 특별가중인자로 설정했다.
스토킹범죄도 마찬가지다. 양형위는 일반 유형에 대해 최대 3년까지, 흉기를 갖고 있을 경우 최대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기준을 올렸다.
아울러 공탁 관련 양형 인자도 정비했다. 감경 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상당한 피해회복(공탁 포함)’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마치 공탁만 하면 감경 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양형위는 다음 달 16일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후 3월 25일 회의를 통해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