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타 황의조(31·FC서울)의 사생활 관련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황씨와 교제한 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이 그가 여성들을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조작해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했다는 폭로문과 함께 황씨의 성적 동영상·사진을 게시한 것이다.
황씨 측은 이 네티즌을 상대로 강경하게 법적 대응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이 네티즌의 행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법적 문제가 있으며, 실제로 처벌도 가능한 걸까. 법조계에선 그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으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 혐의들이 인정될 경우 징역형에도 처할 수 있다.
◇“황의조와 교제” 주장한 女, 동영상·사진 불법 게시
사건은 25일 발생했다. 인스타그램에 ‘국가대표 축구선수 황의조의 사생활’이라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 글 작성자 A씨는 “저는 황의조와 만났던 여자입니다. 그는 상대와 애인 관계인 것처럼 행동하며 잠자리를 갖고, 다시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가스라이팅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황씨의 피해자가 자신 말고도 여러명 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여성분들이 저와 비슷하게 당했고 그 중에는 연예인 분들고 다수 계십니다. 연예인, 인플루언서, 일반인 가리지 않고 동시에 다수와 만남을 취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썼다.
A씨는 여기서 더 나아가 황씨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황씨의 얼굴과 신체 특정 부위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함께 촬영된 여성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이 게시글과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지만,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디엠(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을 보내면 황의조 영상을 바로 보내드리겠다”는 글이 올라오며 ‘2차 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황씨의 매니지먼트사는 입장문을 통해 “사실무근의 루머를 생성·확산한 유포 행위자에 대한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불법으로 취득한 사생활을 유포하고 확산시킨 점, 이를 통해 황씨의 명예를 실추한 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휴대전화 안 잠겨있었어도 불법”
A씨가 한 행동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A씨의 불법 행위는 황씨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 사진과 동영상을 취득한 것, 이를 온라인상에 유포한 점 등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황씨의 휴대전화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몰래 취득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 위배된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선 안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제48조 ‘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조항에는 해당이 안 될까. 이 조항은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는데, 법조계 관계자들은 A씨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이근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A씨가 정보통신망의 안정성을 위협한 것까진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제48조는 망의 안정성 및 이익 침해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온라인 게임 계정에 몰래 들어가 아이템을 거래해 피해를 입힌다면, 망의 안정성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A씨의 행위는 이와 다르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A씨가 황씨의 휴대전화 속 내용물에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위법성 판단에 영향을 미칠까. 휴대전화가 잠겨있는 상태에서 A씨가 몰래 비밀번호를 입력했든, 혹은 잠겨있지 않은 상태에서 A씨가 열어봤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휴대전화가 잠겨있지 않은 상태에서 황씨가 ‘봐도 된다’고 허락하며 직접 보여준 게 아니라면, A씨가 정당한 이용 권한을 얻지 못한 건 결국 똑같다”고 말했다.
◇명예훼손까지 들여다봐야…7년 이하 징역도 가능
A씨가 황씨의 동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것 역시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된다. 제44조에 따르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키는 것’은 위법 행위다.
만약 황씨의 영상과 사진이 ‘불법정보’라면, 구체적으로 제44조의7에 위배된다. 이 조항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 혹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는 정보통신망에 유통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이를 위반할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영상·사진 유포는 위에서 언급한 제49조에도 위배된다.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A씨가 황씨의 명예를 훼손했는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70조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한 벌칙이 따로 명시돼있다. 만약 그 정보가 ‘사실’일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지만, 정보가 ‘거짓’이라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성폭력처벌법 위반 소지도 있어…‘정의 구현’ 논리 안 통해
만약 A씨가 유출한 영상과 사진 속 여성이 A씨 자신이라면 법적 문제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역시 위법 행위에 해당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통신망법 전문 변호사는 “영상 속 여성이 A씨 자신이라 하더라도, 황씨는 명백한 타인”이라며 “제49조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하고 누설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영상이나 사진에 황씨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가 나왔다면, 성폭력처벌법에 위배될 소지도 있을까. 이찬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만약 특정 신체 부위가 나왔고 영상이 황씨 모르게 게시됐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2항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2항은 “촬영 당시에는 촬영 대상자(이 사건에서는 황의조)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A씨가 정보통신망법과 성폭력처벌법을 동시에 위반했다면 ‘실체적 경합범’이 된다. 즉, 일련의 행위로 여러 죄를 범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엔 가장 무거운 형량의 2분의1까지 가중해서 양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징역 3년형에, 성폭력처벌법 위반이 징역 7년형에 해당된다고 가정하면, 더 무거운 형량인 징역 7년에 그 절반인 3년6개월이 가중될 수 있다(총 징역 10년6개월). 다만, 경합범의 형량은 각 형량을 합산한 기간(10년)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최장 징역 10년까지만 가능하다.
한편, 황씨의 휴대전화 속 영상과 사진이 불법 촬영물일 경우엔 어떨까. A씨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유출했다고 항변하는 게 가능할까.
정보통신망법 전문 변호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지, 이런 식으로 온라인상에 유포하는 건 위법성 조각사유(형식적으로는 범죄 행위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론 위법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근우 변호사 역시 “신고를 하지 않고 SNS에 유포해 다른 사람들이 이를 보게끔 했다는 건 개인적인 보복 심리에 의한 행위”라며 “그 자체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