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공매도 단속 시스템 구축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임기 만료를 두 달 앞두고 불법 공매도만큼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13일부터 홍콩, 중국 베이징에서 현지 금융당국 수장과 글로벌 IB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출장의 목적은 불법 공매도 단속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글로벌 IB와 의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31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재개되기 앞서 금감원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 기관 내부에 자체 잔고관리시스템과 연계한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NSDS)’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으려면 글로벌 IB의 협조가 필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3일부터 글로벌 IB의 국내 불법 공매도 시스템 참여를 위해 홍콩과 베이징 출장에 나섰다./연합뉴스

이 원장은 홍콩과 베이징에 있는 글로벌 IB 관계자들을 만나 당국이 시행하는 불법 공매도 대책을 설명하고 이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NSDS 도입을 준비하면서 수차례 글로벌 IB와 협의를 이어왔다. 이 원장의 이번 출장도 이 같은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글로벌 IB들은 국내에 무차입 공매도 감시 시스템 도입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왔으나 여러 출장을 통해 자체 감시 시스템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글로벌IB들도 자체 잔고관리 시스템을 NSDS와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 차단을 위한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글로벌IB와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IB도 자체적인 시스템을 꾸려 국내 시장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식 시장 안정화와 시장 유동성 확대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이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만 내는 ‘무차입 공매도’가 빈번하게 적발돼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나라도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으나, 국내 감시망이 뻗치지 않는 글로벌 IB의 무차입 공매도 적발은 계속됐다.

특히 홍콩은 무차입 공매도 사실이 적발된 글로벌 IB가 여럿 있는 지역이다. 2023년 금감원은 BNP파리바 홍콩법인, 홍콩 HSBC 등 두 곳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고 글로벌 IB 10여곳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이 원장이 6월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임기 말 불법 공매도 차단을 목적으로 해외 출장에 나서면서 해당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전 금감원장들과 달리 수차례 해외 출장에 나섰던 이 원장이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증시가 혼란한 상황에 또해외행에 나선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투자설명회(IR)를 추진하는 등 금감원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자주 해외 출장을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