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 계획을 알면서도 채권을 발행한 정황을 발견했다. 그간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회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단기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고려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직전까지의 채권 발행은 정기적인 과정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내용이 거짓이란 건데, MBK파트너스가 회생 신청을 염두에 뒀으면서도 투자자에게 채권을 팔았다는 결론이 나면 관계자 일부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홈플러스ㆍMBK 조사 등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일 함용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은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MBK파트너스 검사 결과) 신용평가 등급 하향 가능성 인지, 기업회생신청 경위 등에 대해 (그간의)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발견되는 등 유의미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9일 MBK파트너스에 대해 검사 착수한 데에 따른 결과다. 최근 금감원은 MBK파트너스의 검사 기간을 연장하고 검사 인력을 증원했다. 사기적 부정거래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총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다.

MBK파트너스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의 근거가 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모르고 홈플러스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820억원어치를 발행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용등급 하향(A3→ A3-)은 2월 28일이었고 MBK파트너스는 그다음 영업일인 지난달 4일에 회생을 신청했다.

지난달 MBK파트너스는 언론에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평소 매월 25일을 포함해 정기적으로 (어음과 채권 등을) 발행해 왔다”며 “회생 절차는 사전에 예상됐던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함 부원장은 MBK파트너스가 거짓말을 했다고 못을 박았다. 함 부원장은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언제 알았고, 언제 신청했고 등에 대해 말한 것과 다른 정황과 증거가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혐의를 확정하진 않았다. 검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어서다. 함 부원장은 “MBK파트너스가 말한 날짜 이전에 (기업회생절차나 신용등급 평가 하향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검사는 혐의를) 확정해 나가는 과정으로 오늘 ‘확정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보기엔 분명히 (MBK파트너스의 발언과 사실이) 다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부문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홈플러스ㆍMBK 조사 등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은 또 홈플러스에 대한 회계 처리 기준 위반 가능성을 발견했다. 함 부원장은 “이번 주에 홈플러스에 대한 회계 심사를 감리로 전환했다”며 “보다 세밀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회계 관련 검사는 심사와 감리로 나뉘는데, 감리는 심사보다 위반의 정도가 더 중한 단계다.

금감원은 MBK파트너스의 무책임성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함 부원장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 출연을 하고, 유동화증권을 상거래채권으로 취급하겠다는 등 입장문을 내놨지만 진정성과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했다.

함 부원장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매입채무유동화 증권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고 전액 변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회생계획안에 반영하는 데에 그쳤다. 함 부원장은 “시장과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일부 점포에 대한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구체적인 해명 없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함 부원장은 “지금이라도 홈플러스는 스스로 약속한 전액 변제, 대주주 사재 출연 등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금감원은 보유 역량을 총동원해 각종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위법 행위를 엄중 조치하겠다”고 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투자한 홈플러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해당 RCPS는 국민연금 → 한국리테일투자(SPC) → 홈플러스로 흘러가는 구조인데, 홈플러스가 SPC의 RCPS를 부채에서 자본으로 전환해 논란이 일었다. 자본으로 전환하면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적어지는데 여기에 국민연금이 동의했는지가 핵심이다. 현재까지는 국민연금은 회계 처리 변경을 몰랐고 MBK파트너스가 알아서 했다고 알려져 있다.

함 부원장은 “국민연금은 일반 투자자가 아닌 기관 투자자”라며 “그들(국민연금과 MBK파트너스) 간의 얘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