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가치(iNAV)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163개 ETF 종목에서 실제 가치와 시장 가격이 크게 벌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많은 기업이 그동안 12월 말로 고정했던 배당락일(배당 받을 주주를 정하는 날)을 정기 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하는 과정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탓에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산운용사들은 급히 투자자 피해를 파악하고 나섰다.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ETF를 매수한 사례를 점검하는 것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내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163개 ETF의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ETF 순자산가치와 시장가격이 크게 벌어졌다는 의미다. 문제 상황은 정오 무렵 해소됐지만, 그 이전에 거래했다면 ETF의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주식형 ETF에서 대규모 iNAV 산출 오류가 발생한 것은 펀드 사무관리사가 배당금을 중복 계산했기 때문이다. 해당 펀드 사무관리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등의 펀드 기준가 산출을 담당하는 한국펀드파트너스(옛 미래에셋펀드파트너스)다. 현재는 미래에셋그룹에서 분리돼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30%를 들고 있다.
한국펀드파트너스 측은 “배당 선진화 정책이 도입된 이후 상장사의 배당락일이 기존과 달라졌는데, 시스템을 정비 과정에서 배당금이 중복 계산되는 오류가 있었다”며 “이날 오후 문제를 바로 잡아 iNAV가 다시 정상적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상장사들의 배당락일(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것)은 12월 말이었다. 그런데 올 초 금융 당국이 배당 정책을 선진화한다며 투자자들이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주주총회 이후로 배당락일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많은 상장사가 배당락일을 정기 주총이 끝나는 3월 말로 변경했다. 이런 변화를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운용사들은 iNAV 산출 오류로 인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의 iNAV 산출 오류가 이렇게 대규모로 발생한 건 처음”이라며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피해가 확인되면 보상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