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분쟁 중인 가운데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공단이 이달 17일 의결권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뉴스1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는 오는 17일 회의를 열고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안건에 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여부 등을 논의·결정하는 전문위원회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를 통해 투자한 상장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한다. 다만 수책위 위원 3분의 1 이상이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투자위원회로부터 해당 안건을 넘겨받아 논의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28일 기준으로 고려아연 주식 93만4443주(4.51%)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 측(33~34%로 추산)과 MBK·영풍 연합(40.97%)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다. 분쟁 양측과 국민연금을 빼면 소액주주 지분은 7~8%로 추정된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이달 23일 열린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회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MBK·영풍 측은 집행임원제 도입, 신규 이사 14명 선임안 등을 올렸다. 최 회장 측은 7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제출했다.

이번 주총에선 집중투표제 도입이 쟁점 안건으로 꼽힌다. 집중투표제란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당 선임하려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사 10명을 선임할 땐 주식 1주당 의결권 10개를 부여한다.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다는 뜻이다. 최 회장이 MBK·영풍 연합에 맞서기 위해 꺼낸 카드다.

수책위를 이끄는 한석훈 위원장은 최근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집중투표제는 1주 1의결권 원칙에 어긋나는 이례적인 제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수책위가 기권이나 중립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때 기권이나 중립을 선택한 전례가 있어서다. 작년 11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때도 국민연금 수책위는 중립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