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기업, 중견기업에서만 도입했던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 제도를 비상장 벤처기업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소득세 세제 혜택 등 관계 당국의 제도 정비 전까진 스타트업 등에서는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RSU는 성과 보상을 현금 대신 양도 제한 조건을 붙여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임직원은 보통 5~10년 뒤에야 실제 주식을 수령할 수 있고, 만약 퇴사하더라도 약정 기간을 채워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즉 임직원의 성과를 미래의 주식으로 보상하는 셈이다.

일러스트=정다운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턴 비상장 벤처기업 임직원도 성과 보상으로 RSU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육성법)’ 일부개정안이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다.

현행 상법은 배당 가능 이익 한도 내에서만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어 창업 초기 이익을 내기 어려운 스타트업은 RSU를 지급할 수 없었다. RSU는 먼저 회사가 주식을 취득한 후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벤처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어 RSU를 활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상법상 특례로 비상장인 벤처기업이 RSU를 도입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할 때는 배당 가능 이익 한도를 넘어 ‘자본잠식이 일어나지 않는 범위 내’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그동안 벤처업계는 인재 영입을 위해 스톡옵션 외에도 RSU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성과 보상 제도가 사실상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뿐인데, 최근 투자 시장도 좋지 않고 주식 시장도 약세다 보니 추가적인 인재 유치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면서 “창업 초기나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업계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처기업이 실제로 RSU 제도를 도입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세제 혜택이 없고 받는 즉시 소득으로 인정돼 50%에 가까운 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재 스톡옵션은 행사이익에 대해 연 2억원, 누적 5억원까지 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과세 이연, 분할 납부 등 혜택도 있다.

스타트업에 다니는 한 직원은 “대기업이면 모르겠지만 스타트업 직원들의 경우 이직이 잦고, 회사가 망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받자마자 소득세를 50% 낸다면, 주가는 그 이상으로 뛰어야 하는데 어떻게 믿고 받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상장에 성공한다고 해도 10년 뒤 주가가 지금과 비슷하다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덧붙였다.

일러스트=이은현

RSU 제도 자체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기업의 RSU 도입률은 약 2%에 불과하다. 일본에선 상장사의 31.3%가 RSU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심지어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실시한 RSU 제도에 대한 인지 현황 조사에 따르면 ‘알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57.6%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RSU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승계 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스톡옵션의 경우 부여 대상과 한도·행사 기한 등에 제한을 둬 대주주에 의한 남용을 방지하고 있지만, RSU는 아직 아무런 규제가 없어서다. 최근 한 대기업은 관련 의혹을 받자 내년부터 RSU를 전 계열사에, 지급 대상을 임원뿐 아니라 팀장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RSU 제도의 법적 요건을 담은 자본시장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상장사의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에게는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스톡옵션처럼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도록 절차를 명확히 하라는 게 골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상법 등에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지난해 말부터 관련 입법에 착수했지만,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진전이 없다”면서 “RSU 도입 기업이 확대되고 있는 지금, 인재 확보와 책임 경영 등 본래 취지가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당국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