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 중인 가운데, 세계적인 ‘큰손’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인베스트먼트)가 출자액을 종전 대비 큰 폭으로 감액해 눈길을 끈다. 세계 6위 규모의 CPP인베스트먼트는 칼라일 출신 김수이 대표가 글로벌 PE 부문을 이끌고 있는 곳으로, 그동안 MBK가 펀드를 결성할 때마다 출자액을 꾸준히 늘려 온 대표적인 기관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PP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2024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MBK의 6호 블라인드 펀드에 1억7500만달러(약 2300억원)를 약정했다고 밝혔다.
MBK는 앞서 지난해 11월 6호 펀드의 1차 클로징을 완료한 바 있다. 금액은 32억달러(약 4조2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1억7500만달러를 출자한 CPP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MBK가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 때마다 거액을 투자해 왔다. 그동안 출자한 금액만 16억달러(2조14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 2008년 2호 펀드(2억달러)를 시작으로 2012년 3호 펀드(3억달러), 2016년 4호 펀드(4억5000만달러) 모두 참여했으며, 2019년 5호 펀드가 결성될 때는 5억달러를 출자하며 앵커 출자자(펀드 결성을 주도하는 LP)가 됐다.
CPP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PE 부문 김수이 대표와 김병주 회장과의 인연으로 잘 알려진 기관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와 미국 스탠포드 MBA를 거쳐 삼일PwC, 맥킨지, 캐나다 온타리오 교원연금, 칼라일 등에서 일했다. 김 회장과는 칼라일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분을 쌓았다. 김 대표는 2007년 CPP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아시아 PE 부문 대표,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거쳐 2021년부터 글로벌 PE 대표를 맡고 있다. MBK의 1호 블라인드 펀드가 결성될 때부터 수억달러씩 출자해준 일등공신이다.
MBK 이번 6호 펀드가 창사 후 최대 규모인 70억달러(약 9조 370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IB 업계에서는 그동안 출자액을 꾸준히 늘려온 CPP인베스트먼트의 약정액이 얼마나 될지 주목한 바 있다. 그러나 CPP인베스트먼트의 출자액은 5호 펀드 대비 35%에 불과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CPP인베스트먼트가 2차 클로징 전에 돈을 더 약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IB 업계에서는 그럴 확률이 낮다고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세계적인 연기금들은 한 펀드에 출자 약정을 모두 마친 뒤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2차 펀드레이징에 추가로 약정할 여지가 남아 있을 경우 증액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놓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CPP인베스트먼트가 6호 펀드에 추가로 돈을 더 넣는다 해도, 종전(5호 펀드) 대비 절반 이하만 출자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큰손 CPP인베스트먼트가 빠졌음에도 1차 클로징을 마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과 중국 외환투자공사(CIC) 등의 힘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캘스터스는 앞서 4·5호 펀드가 결성될 때도 수억달러씩 투자한 바 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고 판단, 이번 MBK의 6호 펀드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전해진다.
MBK는 해외 기관들과 국민연금 등 국내 큰손들을 대상으로 펀드 레이징을 해 연내 2차 클로징을 마칠 계획이다. 다만 중국 익스포저(연관된 금액)가 크다는 한계 때문에 미국계 기관으로부터 출자받는 데 제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MBK가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추진하며 적대적 M&A를 시도한 것도 해외 기관들을 의식해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재벌들을 상대로 이런 딜까지 해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는 것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20.35%를 사들인다는 목표로 공개매수를 시작했지만, 8.8%만 응모하는 데 그쳐 실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