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086520)가 ‘황제주(주가가 100만원 이상)’로 군림한 시간은 짧았다. 에코프로는 공매도 공격을 이겨내며 7월 종가 기준 100만원을 돌파했다. 한때 장 중 150만원까지 폭등했으나, 9월 들어 기세가 확 꺾였다. 9월 13일 90만원 선까지 깨진 후 80만~9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9월 한 달(1~27일)간 3400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9월 22일 기준 공매도 잔고 수량은 188만주로, 8월 30일 대비 세 배가량 증가했다. 그간 외국계 공매도 세력에 맞서 주가를 끌어올렸던 개인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서고 매수세가 약해지면서, 이제 주가를 떠받칠 주체도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러스트=손민균

9월 들어 27일까지 에코프로 주가는 30% 가까이 떨어졌다. 8월 말 125만원대였던 주가는 9월 27일 90만1000원까지 내려앉았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9월 1~27일 개인은 에코프로를 1884억원어치, 기관은 139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340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6·7·8월 석 달 연속 순매수한 후 4개월 만에 순매도 전환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9월 초 10.58%에서 27일 기준 8.8%대로 줄어들었다.

외국인 자금 유입은 8월 11일 에코프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되고 같은 달 31일 MSCI 한국 지수 리밸런싱(재조정)이 이뤄진 후 끊겼다. 더 이상 에코프로의 주가를 지지할 호재가 없어진 상황에 외국인을 끌어당길 만한 투자 요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8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가 8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는데, 이는 공매도 상환과 관련이 컸다.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7월 10일 1조3753억원까지 치솟았다가 8월 16일 7651억원까지 줄어들었다. 통상 국내 공매도 주체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줄어든 공매도 잔고만큼 이들이 주식 상환을 위한 매수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 8월 말 MSCI 리밸런싱이 끝난 이후 에코프로 공매도 잔고는 9월 22일 기준 1조8000억원대로 다시 급증했다. 공매도 세력의 주가 하락 베팅이 커진 것이다.

증권가에선 개인 투자자들도 에코프로에서 슬슬 발을 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주가 부진이 길어질수록 한창 주가가 오를 때 비싸게 샀던 개인 투자자들은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지난해 말 10만원대에서 올해 4월 70만원대로 급등한 후, 개인은 6월부터 본격적인 차익 실현에 나섰다. 개인은 6월 140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시작으로, 7월 1조856억원어치, 8월 863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에코프로 주가가 100만원을 넘은 상황에서 매수에 뛰어든 개인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가시화도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을 위축시킬 수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 신청 후 최대주주인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의 구속 영향으로 심사가 늦어졌다. 8월 대법원이 이 전 회장 형을 확정하면서 불확실성이 걷혔고 9월 22일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용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회사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 대부분이 핵심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247540) 원료 납품으로 발생한다. 이미 지주사 에코프로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에 반영돼 있다.

그룹 계열사가 중복 상장할 경우 모기업 기업가치가 희석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두산(000150) 주가가 급등한 후 하락한 게 대표적이다. 두산 주가는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상장 기대감으로 한동안 급등했다가 하락 전환했다. 두산로보틱스 상장(10월 5일)이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