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247540)의 시가총액이 3조원을 넘기면서 코스피 이전상장론이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부인했지만, 몸집이 코스피 시총 상위 10위인 기아(000270)를 제치고 톱10에 진입할 정도로 커진 영향이다. 다만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이 구속 상태인 만큼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뒤에야 이전상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 대비 5.24% 오른 38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37조3112억원을 기록하며 코스닥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코스피 이전을 가정하면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는 물론 시총 10위인 기아(000270)마저 제칠 정도다.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 시총을 모두 합치면 69조원 규모로 코스피 시총 3위인 SK하이닉스(000660) 뒤에 자리하는 수준이다.

에코프로 그룹주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코스피 이전상장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코스피 이전상장을 위한 형식적 요건은 이미 갖췄다. 영업활동 3년 이상과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의 기본 요건과 선택 요건 중 하나인 시총 1조원 이상을 모두 만족한 상황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2019년 3월 상장했고,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 기준 1조5600억원 수준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고려하는 이유는 기업 신뢰도 제고를 통한 투자 유치 활성화와 주가 안정성 확보 등이다. 특히 에코프로비엠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의 대규모 해외 진출을 예고한 만큼, 코스피에 입성하는 것이 투자금 유치에 용이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구속 상태인 만큼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야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대주주가 자리를 비운 만큼 그룹의 큰 대사(大事)를 결정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계열사 최초 코스피 상장이라는 숙제도 남아있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코스피 이전상장은 사실상 시간 문제”라면서도 “최종 결정권자인 최대주주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야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2021년 9월 에코프로비엠 공급 계약 정보를 공시하기 전 차명 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사들였다 되팔아 11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전 회장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코스피 이전상장은 이론상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으로 코스닥150에서 제외돼 신규 공매도가 불가능해지고, 패시브 펀드 자금이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이 코스피200 등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패시브 펀드를 통해 외국인 투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8일기준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1조3996억원,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은 4.39%다. 다만 다음 정기변경 때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이 높아 공매도 잔고는 다시 늘어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한다고 해서 기존 공매도 물량을 모두 상환해야할 의무는 없다”며 “투자자가 매수한 한 코스닥 기업이 코스피로 간다고 해서 그 기업을 팔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전상장만 보고 투자에 나섰다간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전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던 주가가 상장 직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9일에는 SK오션플랜트(100090)가, 지난달 20일에는 비에이치(090460)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했지만, 이전상장 직전일 대비 전날까지 주가 증감률은 각각 2.12%, 마이너스(-) 7.39%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9일 에코프로비엠이 이전상장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에코프로 측은 부인했다. 에코프로비엠은 “당사는 현재 코스피 이전 상장준비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에코프로 관계자도 “현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이 우선인 만큼 아직 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에 대한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다”며 “현재 할 일이 많고, 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은 후순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