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곡물에 투자하는 상품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밀·콩·옥수수 가격이 오른 가운데 7년 만에 ‘슈퍼 엘니뇨’ 발생이 예보돼 곡물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코스피지수가 0.2% 오를 때 곡물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은 최대 40% 가까운 쏠쏠한 수익을 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메리츠 ‘레버리지 대표 농산물 선물 ETN(H)’은 39.6% 급등하며 해당 기간 ETN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익률을 냈다. 하나 ‘레버리지 옥수수 선물 ETN(H)’과 하나 ‘레버리지 콩 선물 ETN(H)’은 각각 38.33%, 37.92% 올랐다.
특히 6월 들어 주가 상승률을 순위 13위 가운데 5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곡물 관련 종목이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옥수수, 콩 등 농산물의 가격 상승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곡물에 투자하는 ETF 중에서는 ‘KODEX 3대농산물선물(H)’이 19.2%로 가장 많이 올랐다. ‘KODEX 콩선물(H)’,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H)’도 각각 17%, 14% 상승했다.
ETN은 증권사가 신용도를 기반으로 만든 상품으로 레버리지가 용이하다. 자산운용사가 만들어 상장시킨 ETF는 실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일으키기가 어렵다. 레버리지는 2배로 투자된다는 의미로, 가령 코스피지수가 1% 상승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2%로 두 배의 이익을 얻는다. 반대로 지수가 1% 하락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2%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달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고, 코스닥지수 역시 상승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곡물 관련 투자 상품이 나 홀로 급등하는 것은 글로벌 곡물 가격이 큰 폭 오른 결과다. 올해 엘니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농작물 작황 부진 가능성이 선제적으로 반영되면서 옥수수 등의 가격은 오름세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른 원자재에 비해 농산물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이유는 엘니뇨 발 이상 기후에 따른 공급 차질 이슈 외에도 흑해 협정 연장 여부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라면서 “엘니뇨 진행이 지속된다면 공급 차질 이슈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옥수수 선물(7월물) 가격은 부셸당 62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550달러 선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5% 가까이 오른 것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일부 곡창 지대에서 심각한 가뭄이 지속된 것과 엘니뇨로 인한 전 세계 농산물 작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중첩되면서 농산물 ETN의 가격이 급등했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곡물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처참하다. 미래에셋 ‘인버스 2X 옥수수 선물 ETN’과 메리츠 ‘인버스 2X 대표 농산물 선물 ETN(H)’은 6월 들어 각각 30.6%, 29.9% 급락했다.
한편 국내 주식시장에서 과거 엘니뇨 관련주로 부각됐던 남해화학(025860) 주가는 부진한 모습이다. 6월 들어 주가가 2%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사 디어앤컴퍼니는 지난 한 달 동안 13.22%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