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이후 한한령 재개 우려가 커지자,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기업에 먹구름이 꼈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한한령이 내려진 전례가 있는 만큼 중국의 대응에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아모레퍼시픽(090430)과LG생활건강(051900)은 전일대비 각각 3.98%, 4.79% 하락했다. 이같은 주가 흐름은 한한령 조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2일 중국 전역에서 네이버 접속이 막힌 데 이어 전날에는 가수 겸 배우 정용화의 중국 프로그램 출연이 돌연 취소됐다.
올해 1분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전체 매출 중 대중국 비중은 17%(1526억원), 10%(1941억원)다. 이런 상황에서 한한령에 따른 중국 시장에서의 추가적인 실적 악화가 우려되자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실적 악화를 경험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2017년 매출액은 6조291억원 영업이익은 7315억원으로, 우리나라가 사드를 배치했던 2016년 대비 각각 10%, 32.4% 감소했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소비 회복과 관광객 유입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던 터라 한·중 관계 악화 시 실적 부진을 벗어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가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과 관련해 “현재 유럽 매출 비중은 1.2%, 북미는 6.9%로 두 지역을 합쳐도 중국에 비해 한참 작은 매출액”이라며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중요한 중국”이라고 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과 관련해 “최근 중국 관련 외교 불확실성도 높아져 2분기에는 더욱 험난한 실적이 전망한다”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외 해외 사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나 1분기 북미와 일본 성장률을 감안할 때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