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분야가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벤처캐피탈(VC)들도 관련 스타트업에 속속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관련 펀드 조성을 공식화한 만큼 우주항공 분야로 VC 자금이 더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민간 유인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인 우나스텔라는 55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하나벤처스와 스트롱벤처스, 인터밸류파트너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에이스톤벤처스, 하나증권이 참여했다.
우나 스텔라는 민간 유인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2월 설립됐다. 고도 100㎞까지 사람이 탑승 가능한 우주 비행 발사체를 개발해 준궤도 우주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체 엔진을 설계해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자체 개발 연소기 성능 시험에 성공했다.
또 다른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이달 초 2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진행 중이다. 투자를 마치면 2018년 창업 이후 누적 투자금이 470억원대로 국내 우주 관련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은 곳이 된다. 기술특례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달 탐사선 ‘다누리호’ 발사 성공에 기여한 루미르 역시 지난해 11월 7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루미르는 2009년 문을 열어 벌써 14년차에 접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티어1(Tier1)’ 업체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외 우주항공 산업계에 인공위성 탑재체와 본체를 납품한다. 루미르는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사체 발사를 앞둔 스타트업도 있다. 2017년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한국 첫 민간 우주발사체 ‘한빛-TLV’를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누적 투자 유치금은 345억원이다.
VC들이 부족한 자금 상황에도 우주항공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이 분야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꿈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우주였지만,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이 달 관광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사업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VC업계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 발사체 기업인 스페이스X도 초창기엔 사업 실현 여부를 두고 많은 의구심을 받았지만 결국 입증해 나갔다”며 “국내 우주 관련 스타트업들도 꿈과 기대의 영역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고 있어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수혜 역시 투자 유치 순항에 영향을 미쳤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5년 내에 우주개발 예산을 2배로 늘리고, 2045년까지 최소 100조 이상의 투자를 이끌어 낼 것으로 약속했다. 또 우주 스타트업 펀드 조성도 앞두고 있다.
유망 산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도 VC 자금이 몰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005930)가 로봇, 현대차(005380)가 모빌리티 투자를 활발히 진행한 것처럼 우주항공도 대기업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지난 2021년 인공위성 전문기업인 쎄트렉아이(099320) 지분 30%를 10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한화(000880)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시스템(272210) 쎄트렉아이가 참여한 우주 사업 총괄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발사체부터 위성까지 이어지는 우주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스타트업들이 우주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우주 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 수혜도 있고, 대기업 자금도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우주 관련 스타트업을 이끌 수 있는 인재는 많지 않아 그 자체로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