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상장 기업들의 가치도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부진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외시장 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손민균

11일 비상장 주식 거래소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이 이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올 초부터 현재까지 거래되는 14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올해 1월 초 기준 45조8691억원에서 이달 9일 19조5073억원으로 57% 줄어들었다.

개별 기업을 살펴봐도 기업가치 하락세는 가파르다. 전문투자자 종목으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간편결제 플랫폼 토스는 1주당 가격이 작년 말 14만3000원에서 이달 9일 3만9700원으로 72.2%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컬리는 올해 1월 25일 11만5000원에서 이달 9일 3만600원으로 73.4% 떨어졌고, 역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케이뱅크는 올해 3월 8일 2만3400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1만2000원 수준으로 48.7% 내렸다.

가상화폐거래소 관련 기업의 하락 폭은 더 두드러진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작년 말 51만원에서 12만6000원으로 75.3%,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는 작년 말 60만원에서 9만1500원으로 84.8% 급락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한국장외주식시장) 시총도 올해 2월 46조3758억원에서 이달 8일 17조7495억원 수준으로 61.7% 줄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린 영향으로 2020∼2021년 IPO 시장 활황을 이뤘다. 비상장 기업들의 몸값도 치솟았지만, 올해 들어 주식 시장이 침체로 돌아서며 IPO 시장도 부진에 빠졌다. 비상장사가 IPO에 나서기 힘들어지자 주식 가치도 함께 하락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등 조 단위 ‘대어’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상장을 철회했다. CJ올리브영, SSG닷컴 등도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11월 이후에는 밀리의서재, 바이오인프라, 자람테크놀로지 등이 코스닥 상장 추진을 철회했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의 자금조달 기능은 현저히 저하됐으며, 시황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중금리가 여전히 높고,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기관 투자자들이 많아 IPO시장 침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