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고전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의 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코스닥에 대한 개인들의 사랑은 여전하다. 실제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6조원을 순매수하며 손실 만회를 위한 손바뀜이 분주하다. 공모주 시장 역시 얼어 붙으면서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위한 코스닥 기업 투자 ‘옥석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조선비즈는 최근 새로운 이슈가 있거나,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는 코스닥 기업들을 골라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는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주목 받고있는 ‘ADC(Antibody-Drug Conjugates·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신약 연구 기업이다.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중국 복성제약 기술이전한 후보물질(파이프라인) ‘HER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FS-1502)’의 임상 1a상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ADC 플랫폼을 적용한 최초의 임상 결과로 사람 대상의 유효성·안전성이 확인되면 플랫폼 가치의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는 추가적으로 글로벌제약사에 ADC플랫폼 후보물질 기술 이전도 기대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핵심 기술 ‘ADC’ 플랫폼으로 5조원 규모 기술수출 이뤄내

레고켐바이오는 레고 블럭을 쌓아올리듯, 의약화학물을 합성해가는 신약개발 기술인 레고케미스트리(LegoChemistry)를 사용한다. 이 기술은 LG생명과학(현 LG화학) 신약연구소장 출신인 김용주 대표가 30여년 신약개발에 전념해 얻은 경험을 개념화한 것이다.

레코켐바이오의 핵심 기술 플랫폼인 ADC는 항체의약품과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주는 기술이다. 강력한 세포 독성 효과를 이용해 전신의 독성을 줄일 수 있다. 항체 암 항원 인식능력을 활용해 암 조직에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해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강점이 있다. 최소 투여량으로 최대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약 후보물질 구조의 기본이 되는 20여종의 고유구조를 확보하고 있어 후보물질 발굴기간이 1년 6개월~3년으로 짧다는 것이 강점이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고켐바이오는 ADC 분야에서만 5건을 포함 총 11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중국 푸싱제약에 208억원, 2019년 일본 다케다제약에 4548억원에 이어 2020년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7600억원 규모의 ADC플랫폼 후보물질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또 같은해 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개발한 ADC 항암 후보물질을 시스톤파마수티컬스에 약 4099억원 기술수출했다. 최근 레코켐바이오는 시스톤파마수티컬스에 기술 수출한 후보물질 ‘LCB71′의 단계별 마일스톤(첫환자 투여) 달성에 따른 기술료(32억원 추정)도 수령했다. 이로써 누적 계약금액은 총 5조원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는 파트너사인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기술 수출한 2개 ADC(항체약물접합체) 파이프라인이 올해 중 임상에 돌입한다고도 했다. 익수다는 레고켐바이오로부터 도입한 ‘LCB73(CD19-ADC)’과 ‘LCB14(HER2-ADC)’가 상반기와 3분기 각각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CB73은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며, LCB14는 ‘HER2(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를 표적하는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레고켐은 지난 2020년 익수다에 LCB73을, 지난해 말 LCB14를 각각 기술이전 한 바 있다.

또 지난 12일 레고켐바이오는 독일 글라이코토프와 신규 항체-약물 결합체(ADC) 연구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와 항체기술 도입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기간은 국가별로 해당 항체의 물질특허의 마지막 만료일, 시판 후 10년이나 독점권 기간 중 가장 마지막일이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레고켐바이오 사옥./레고켐바이오 제공

◇증권업계 ESMO 임상1 연구 결과 발표 주목

증권가에서는 9월 개최 예정인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레고켐바이오의 임상1상 연구 결과 발표를 주목한다. 중국에서는 레고켐바이오의 파트너사 푸싱제약(Fosun Pharma)이 임상을 진행 중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15년 8월 푸싱제약과 중국시장을 대상으로 허셉틴ADC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권리를 약 208억원에 기술이전했다. 현재 복성제약에서 1b·2상 진행 중인 ‘HER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의 1a상 임상 결과 발표가 예상된다.

그동안 레고켐바이오의 ADC 후보물질은 잠재력있는 의약품이라는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임상 결과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기술이전에 성공한 여러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본격화될 경우 ADC 플랫폼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평가다. 파트너사인 푸싱제약은 현재 상반기부터 위암, 대장암 등 고형암 대상 2상 및 유방 암 대상 1b상을 개시하며 순조롭게 후속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1a상 결과를 통해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 ‘ConjuALL’의 임상에서의 첫 경쟁력 입증이라는 의미와 치열해지고 있는 HER2 ADC 시장에서 경쟁 약물들 대비 안전성도 함께 확보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HER2 ADC(IKS014)’에 대한 중국 외 글로벌 지역 판권을 기술이전한 익수다 역시 올해 하반기 중 미국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2023년 초 임상1상 개시가 예상된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레고켐바이오 제공

신한금융투자는 목표주가 6만7000원을 제시했다. 하반기 이어질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최소 2개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에 ADC 플랫폼 후보물질 기술이전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동건 연구원은 “이미 2020년 이후 다수의 ADC 플랫폼 및 물질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면서 “이번 하반기 글로벌 제약사들로의 기술이전까지 가세된다면 ADC 플랫폼에 대한 높아진 수요와 더불어 레고켐바이오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 받게된다는 점에서 체결 시 의미는 매우 크다고 판단한다”고 봤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제시하진 않았으나, 하반기 레고켐바이오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오승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년만에 개최된 ASCO에서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enhertu)의 임상3상 데이터가 발표세션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ADC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면서 “레고켐바이오가 푸싱제약에 기술이전한 후보물질은 현재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대장암 등 임상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 ESMO에서 데이터 공개가 예상되는만큼 기술 이전에도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레고켐바이오는 비전2030을 통해 매년 1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자체적으로 글로벌 임상단계로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지난 2020년 초기 단계 기술이전에서 벗어나 독자 개발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중장기 성장전략인 비전2030을 발표한 바 있다”며 “우수 ADC플랫폼기술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의 지속적 확보와 성공적인 글로벌 독자 임상개발을 더욱 가속화 시키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