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100억원 넘는 불법 대출을 제공한 삼성증권(016360)에 대해 징계를 하기로 했다. 국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등 일정을 고려하면 상반기 중 제재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조선DB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이 계열사인 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자회사), 삼성전자서비스, 삼성화재(000810), 신라스테이, 정암풍력발전의 임원에게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대출을 내준 것에 대해 징계하기로 하고 징계안을 제재심의국에서 검토하고 있다.

제재심의국이 금융회사에 대한 징계안을 검토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하면 제재심에서 제재가 정해진다. 금감원 제재에는 금융사에 대한 제재와 임직원에 대한 제재로 나뉜다. 금융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임직원 제재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이며 문책경고부터 중징계다.

제재심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를 거쳐 제재가 확정되며 사안에 따라 금융당국이 삼성을 검찰에 고발할 수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삼성증권 불법 대출에 대해 살펴본 결과 내부적으로 제재안을 만들었고 현재 제재심의국에 제재심에 상정할 제재안을 마무리하고 있는 단계”라며 “불법 사항이 명확해 제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고 곧 제재심에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현재 제재를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제재 수위를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이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삼성증권의 불법 대출은 지난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초 제기했다. 당시 삼성증권이 2015년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계열사 임원의 13개 계좌로 105억6400만원의 대출을 내준 사실이 공개됐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회사가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에 대해 연간 급여나 1억원 가운데 적은 금액 이상을 대출할 수 없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금융회사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대한 제재가 확정된 이후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해 이 같은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그래픽=손민균

삼성증권이 대출해준 임원은 바이오에피스(3명‧계좌 수 기준), 대정해상풍력발전‧삼성선물(각 2명), 스테코‧삼성전자서비스‧정암풍력발전‧삼성화재‧신라스테이‧삼성전기(각 1명) 등 13명이다.

불법 대출을 받아 간 이유는 개인 주식투자 자금을 마련하거나 금융상품 청약, 가계 필요자금 등의 목적이었다. 바이오에피스의 한 임원은 2017년 9월부터 11월 동안 28억7000만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금감원은 국회에서 삼성의 불법 대출 사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삼성증권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이 문제를 점검했다. 이후 삼성증권이 제출한 관련 문서와 음성파일, 박용진 의원실이 제출한 관련 판결문 등까지 전수 검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