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 SKIET(SK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 증거금이 사상 최대치인 80조원 이상이 몰렸다. 청약 경쟁률은 288.17:1을 기록했다. 여러 증권사에서 중복청약할 수 있는 마지막 대어급 공모라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경쟁률이 역대급을 기록하면서 SK증권 제외 모든 증권사에선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는 청약자도 속출했다. 이곳에선 추첨으로 주식을 배정받는 이른바 ‘로또 청약’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 다수에게 적어도 한 주씩 배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균등 배정 방식이 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IET 일반청약의 최종 경쟁률은 288.17:1을 기록했다. 모집 주식 수는 534만7500주였고, 청약 주식 수는 15억4098만4579주였다.
청약 증거금은 80조9017억원에 달했다. 이는 종전 사상 최대 증거금을 기록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63조원)보다 약 18조원이나 많은 수준이다. 청약 건수도 474만4557건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건수(239만8167건)의 2배 수준에 달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모집 주식 수가 가장 적었던 NH투자증권의 경쟁률이 502.16:1을 기록했다. 그 뒤를 삼성증권(443.16:1), 미래에셋증권(283.53:1), 한국투자증권(281.88:1), SK증권(225.14:1)이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IET의 이와 같은 청약 흥행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6월 증권사별 중복 공모 청약이 금지되기 이전에 진행된 대어급 공모였기 때문이다.
SKIET 청약은 기관 투자자들 대상의 수요예측도 역사상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SKIET는 앞서 22~23일 이틀간 기관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 경쟁률인 1883대 1을 기록했다.
청약 경쟁률이 역대급을 기록하면서 SK증권을 제외한 네 개 증권사는 당초 균등 배정 물량보다 더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이 경우 추첨으로 균등 배정 물량 주식을 청약자에게 1주씩 배정해야 한다. 균등 배정 경쟁률은 미래에셋증권이 1.15:1, 한국투자증권이 1.50:1, 삼성증권이 7.86:1, NH투자증권이 9.91:1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모주가 상장되면 ‘따상(시초가를 공모가의 2배로 형성한 후 상한가를 기록)’을 가는 학습 효과가 있다 보니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더군다나 균등 배정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청약 열기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SKIET는 2차전지 리튬이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분리막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다음 달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