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1일 16시 5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K뷰티 유통 기업인 실리콘투로 1440억원을 베팅한 사모신용펀드(PCF) 운용사 글랜우드크레딧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투자와 동시에 실리콘투 주가가 내리기 시작한 데 더해 발란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 단가 대비 현 주가가 17% 넘게 빠져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랜우드크레딧의 실리콘투 지분가치는 지난 21일 1440억원 투자 결의 시점 대비 17%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약 250억원 마이너스다. 2조1440억원으로 책정했던 기업가치가 한달 만에 1조7706억원으로 내렸다.
글랜우드크레딧은 앞서 실리콘투가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추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주주에 올랐다. 실리콘투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404만4344주를 주당 3만2695원에 인수했다. 기준주가 3만1558원에 4% 가까운 할증도 부여했다.
다만 투자 타이밍이 나빴다. 실리콘투 주가는 글랜우드크레딧의 투자가 공시된 지난 2월 21일 이후 첫 거래일인 24일 반짝 상승한 후 곧장 하락으로 전환했다. 지난 4분기 실리콘투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26일엔 22% 넘게 주가가 내렸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실리콘투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7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보다 매출이 거의 200억원 미달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60억원으로 기대치(393억원) 대비 130억원 넘게 밑돌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글랜우드크레딧은 실리콘투의 과거 1개월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 과거 1주일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 등을 활용해 발행가액을 결정했다”면서 “투자 시점을 늦췄다면 지분가치가 17% 수준으로 하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란 사태도 악재가 됐다. 실리콘투는 글랜우드크레딧으로부터의 자금 조달 이후 곧장 발란으로 75억원 투자를 진행했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전략적 시너지를 위한 투자”라는 게 실리콘투의 설명이었지만, 시장은 악재로 인식했고 주가는 내렸다.
이런 가운데 발란으로 실리콘투가 쏟은 75억원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 실리콘투의 발란 투자 한달여 만인 지난달 24일 발란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터졌고, 31일 결국 기업회생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전날 실리콘투 주가는 6% 가까이 하락했다.
시장에선 글랜우드크레딧이 이른바 엑시트(투자금 회수) 대박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날 발란 사태 여파로 6% 가까이 빠졌던 실리콘투 주가가 이날은 10% 넘게 올랐지만, 여전히 글랜우드크레딧의 투자 단가 대비 17% 낮은 수준인 탓이다.
실리콘투의 실적 개선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쟁 심화로 인해 미국에서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프로모션 비용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랜우드크레딧에 불리한 투자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글랜우드크레딧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도 주당 투자단가를 기준주가보다 할증해 투자했다. 아울러 우선주임에도 이익배당에 관한 우선권 없이 보통주 주주와 동순위 배당을 받기로 합의했다.
글랜우드크레딧은 시가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원금 이상은 보전받을 수 있다. 신주 인수대금 납입일로부터 3년이 지난 날부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상환가액으로 내부수익률(IRR) 연 복리 1.0%를 적용하기로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K뷰티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실리콘투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는 기관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글랜우드크레딧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섰을 텐데, 현재로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