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 유력 후보인 하림이 주주 간 계약 초안에 담긴 ‘5년 이내 주주 변동 제한’ 조항의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 측은 국내 유일의 국적 해운사인 HMM이 투기자본에 잠식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수 후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내용을 계약서 초안에 담았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 매각 측은 주주 간 계약서(SHA)에 담을 내용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본입찰 때 인수 희망가와 함께 받은 인수 후보의 수정 제안 수용 여부 때문이다. 하림이 일부 수정을 요청했는데, 신속한 매각을 원하는 산은과 해운업 경쟁력을 중시하는 해진공 사이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당초 매각 측은 국내 유일의 대형 해운사를 매각하는 만큼 투기자본에 휘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당 제한과 산은 지명 이사진 유지, 인수 뒤 계약 유지 강제 방안 등 다양한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 그중 하나가 5년 동안 주주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하림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JKL파트너스는 주주 변동 제한에서 예외로 해달라는 내용을 수정 제안에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는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첫째 목표이기 때문에 5년간 매각을 금지하면 펀드 운용상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2015년 하림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팬오션을 인수한 JKL파트너스는 2년 뒤인 2017년 팬오션 지분 2720만주(5.08%)를 블록딜로 처분한 바 있다. 당시 JKL파트너스가 팬오션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보유지분 6800만주(12.7%) 중 40% 수준이었다.
하림은 또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도 3년 동안 유예해 달라는 내용을 수정 제안에 담았다. 하림이 만약 이번 매각 물량을 모두 인수하면 지분율은 57.9%가 된다. 그러나 산은이 공언한 잔여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하림의 지분율은 2024년 45.3%, 2025년 38.9%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림의 수정 제안대로 잔여 영구채의 주식 전환이 3년 동안 유예되면 사실상 내년부터 2027년까지 HMM 배당의 57.9%를 하림이 가져가게 되는 셈이다. 앞서 산은은 HMM 인수 기업의 배당 가능액을 1년에 5000억원씩, 3년간 총 1조500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림은 1년에 1945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되지만, 하림의 수정 제안이 수용되면 배당금은 2895억원으로 매년 1000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해진공은 하림의 수정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이후에도 HMM의 현금성 자산 유출 방지 등을 위해 상당한 지분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의 수정 제안은 매각 측의 요청에 따라 내는 것”이라며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이후 매각 측과 인수자 측이 만나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