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증액이 무산된 정책서민금융 사업을 우선순위로 추가경정예산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처한 취약 계층을 위한 ‘민생 지원’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추경 편성이 필요한 사업을 선별해 이를 검토 중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 공급 확대를 위한 추가 예산 확보를 1순위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여야가 추경에 합의하는 즉시 각 부처에 추경사업계획 제출을 요청,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 추경안을 편성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증액에 실패한 ‘햇살론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는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와 햇살론15 예산을 올해 900억원에서 550억원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감액안만 반영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해 증액이 무산됐다. 햇살론15도 이용이 불가능한 취약 계층을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역시 예산을 560억원에서 370억원 증액하기로 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금융위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과 더불어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불법사금융예방대출(옛 소액생계비대출)’의 추가 예산 편성도 기재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최근에 이름을 바꾼 이 상품은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해 당장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금융위는 앞서 불법사금융예방대출 공급을 위해 올해 1500억원 예산 편성을 요청했으나, 기재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상품은 현재 은행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위는 단돈 몇만원이 없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늘고 있어 불법사금융예방대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직접 대출을 내주는 방식을 문제 삼고 있다. 다른 정책금융상품은 서금원이 차주(돈 빌린 사람)의 보증을 서고, 은행이 대출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차주가 돈을 갚지 않아 생기는 손실만 서금원이 보전하고 있다.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간접 지원 방식이 적합하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 증자안을 추경사업계획에 넣는 방안도 검토 중이나, 추경 규모가 총 10조원으로 크지 않아 최종 추경안에 포함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산은은 건전성 지표가 급격히 악화해 증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75%로, 전 분기 말 대비 0.61%포인트 떨어졌다. BIS비율이 나빠지면 국내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조달 금리가 급등한다. 이는 대출 여력과도 직결되며, 낮은 금리의 정책금융을 공급받는 기업이 직격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