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챗GPT 달리

원화 가치가 한 달 새 5% 이상 추락하면서 환율이 1500원 선에 근접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거의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강달러 현상이 강해지면 1500원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고환율의 여파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환율이 치솟을 때 주목받는 코인이 있는데요,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수백 가지가 넘는 가상자산은 각각 쓰임새나 기술에 따라 크게 코인, 토큰, 스테이블코인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처럼 독립적인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가상자산을 코인, 이미 존재하는 이더리움 등의 네트워크 위에 다른 기능을 위해 발행된 가상자산을 토큰으로 구분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스테이블(Stable·안정적인)이라는 영어 단어의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여타 가상자산과 달리 가격대의 변동성이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습니다. 이런 가상자산은 일반적으로 달러 등 법정화폐나, 금 같은 귀금속에 가치를 연동(페깅·Pegging)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예컨대 비트코인의 가격은 매시간, 매분 매초 달라집니다. 예컨대 0.05 비트코인이었던 보석이 한 시간 뒤 0.06 비트코인이 될 수도 있죠. 이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적인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결제수단으로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실생활은 아니더라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거래 등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해졌는데요, 스테이블 코인은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줄이면서도 가격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결제와 가치저장 수단으로 고안됐습니다.

가장 유명한 스테이블코인은 바로 테더(USDT)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달러를 담보로 1:1 비율로 발행되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테더를 발행하는 테더 운영사는 테더에 대한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테더 발행량에 맞먹는 달러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대부분 미 국채에 투자했습니다. 투자금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1184억달러(약 173조2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테더 이외에도 스테이블코인은 다양합니다. 미국 서클(Circle)사와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운영하는 스테이블코인인 유에스디코인(USDC)도 테더처럼 미국 달러에 가치를 고정해 놓았으며 법정화폐 외에도 또 다른 가상화폐를 담보로 가치를 고정시킨 메이커다오(DAI), 시가총액 4위인 가상자산 리플의 운영사에서 이달 출시 예정인 달러 페깅 스테이블코인 RLUSD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자산과 동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2년 전 가상자산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테라 사태’가 그 사례죠.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는 테라 블록체인의 또 다른 가상화폐인 루나(LUNC)를 담보로 발행되었으며 루나의 가격이 오르면 더 많은 테라를 찍어내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이 알고리즘은 가상자산 시장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외부 요인으로 대규모의 자금이 한 번에 테라를 바꾸려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테라의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졌고 루나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게 되면서 두 가상자산이 대폭락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테더의 가격에 일명 ‘김치 프리미엄’이 붙어 뛰어오른 일도 발생했습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 시세보다 높은 경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지난달 28일 테더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1500원을 넘기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1달러는 1470원대였는데,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자 이를 헤지(위험 회피)하기 위한 국내투자자들의 수요가 갑자기 몰린 탓에 테더는 국내 거래소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습니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히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차기 미국 행정부를 이끌어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내세우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탓입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상자산 산업의 필수 거래 수단인 스테이블코인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인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의 활황과 함께 성장하는 섹터다”라며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한 2025년에도 주요 섹터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견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