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제공

장하원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펀드 불법 운용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관련 조사를 지시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부담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추가 조사까지 진행해 검찰에 통보하는 등 혐의 입증에 공을 들였다.

당시 추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펀드 투자자에 대한 분쟁조정 재실시까지 언급했으나,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후속 조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14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최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전 대표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임원진도 무죄를 받았다.

장 전 대표는 대출채권 대부분이 부실해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투자자 370여명에게 상품을 판매해 1348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대표는 현재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한 다른 재판도 받고 있다. 이 재판은 2023년 금감원이 추가 조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하면서 시작됐다. 장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주중대사의 동생이다.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기업은행에서 6792억원 판매됐다.

금감원은 2023년 1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이 펀드들에 대한 추가 조사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여권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 펀드 관련자들에 대해 ‘봐주기 조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구성원들이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금융감독원 재분쟁조정 개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금감원은 그해 8월 디스커버리펀드 운용 과정에서 돌려막기와 운용사 임직원의 배임수재·횡령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조사 결과를 검찰에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금감원 검사 결과와 자체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장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장 전 대표의 무죄로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무리한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금감원 내에서 검사와 제재 등 행정적 처분이 끝난 사안에 대해 추가 검사에 착수한 명분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금감원이 추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분쟁조정 재실시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2021년 5월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 판매 혐의를 인정해 투자자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추가 조사 결과 새로운 위반 혐의가 나왔기 때문에 분쟁조정을 다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후속 조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당시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금감원의 정치화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내부적으로 뒷말이 많았다”며 “펀드 추가 조사는 금감원의 흑역사로 남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