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 외벽에 걸린 디딤돌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안내문. /뉴스1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를 위해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자금대출 공급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대출이 주택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6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한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정책대출을 규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지난 16일 대출 신청부터 디딤돌·버팀목 대출 금리를 0.2∼0.4%포인트 올렸다. 정부는 정책대출 대상자 기준을 강화하거나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대출 증가로 정책대출에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SR은 대출자의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를 각각 규제하고 있지만, 정책대출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정책대출에 DSR을 적용하면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최근 금리가 낮은 정책대출이 가계대출 급증 원인으로 지목되자 정부가 수요 조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올해 2분기부터 은행권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60%는 정책금융 상품이었다. 디딤돌 대출의 공급액(집행 실적 기준)은 올해 상반기 약 15조원으로 지난해 상반기(8조2000억원)와 비교해 1.8배 늘었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인 디딤돌 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버팀목 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일러스트=손민균

정부는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더욱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수 경기침체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행은 집값 안정이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2일 현행 연 3.50%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주택 가격을 잡지 못하면 기준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입장에선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서라도 집값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계속 인상했는데 정책대출 금리는 내려가면서 금리 차가 심해진 측면이 있었다”며 “집값 상승으로 잠시 주춤했던 정책자금 수요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