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애정이 식지 않는 가운데, 10월까지는 전기차 관련 주식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대선에서 전기차를 두고 후보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11월인 선거 직전까지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회사 자체의 실적이 부진해 주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전기차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서울 강남구의 한 테슬라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뉴스1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순매수(매수-매도)한 주식은 테슬라(1억1550억달러)였다. 동학 개미들이 투자했다고 해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같은 기간 주가는 12.09%(251.51→221.10달러) 빠졌다.

주가는 내리고 있는데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가 계속되자, 증권가에선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전기차에 친화적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비해 우세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ABC뉴스-입소스가 미 전역 성인 2336명을 대상으로 지난 9~13일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 대결에서 해리스는 49%, 트럼프는 45%의 지지를 얻었다. 오차범위 ±2%포인트(p)다.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는 전국적인 지지율만 조사한 것이다. 선거인단 수로 승자가 결정되는 미국 대선에선 4%p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간주되진 않는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기차 관련주는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전기차를 비롯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사기’라고 규정하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달 19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후 인터뷰에서 그는 “(전기차 세액 공제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세액 공제와 세금 인센티브는 일반적으로 매우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재집권할 경우 전기차 구입 시 세액 공제와 관련한 재무부 규정을 수정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전기차의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 역시 투자 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올해 6월 기준 미국의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0만8000대지만, 유럽은 1.5% 감소해 20만3000대를 기록했다.

주요 전기차 기업의 상황도 좋지 않다. 2분기 테슬라의 영업이익은 16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3.1% 감소했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인 포드 모델e는 11억43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전기차 가격 인하 압박과 배터리 원가가 상승하면서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업황 둔화의 조짐은 2020~2022년 고성장구간을 지나 2022년 말부터 확인됐다”며 “리튬 가격의 하락 전환, 테슬라의 신차 가격 인하, 중국과 유럽의 전기차 보조금 일몰과 삭감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투자에 앞서 현재 부진한 전기차 업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