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처음 밟은 미국 야구의 성지 양키스타디움. 그러나 긴장도 부담도 없었다. 1회부터 평소처럼 호쾌하게 방망이를 휘두른 결과 결승 스리런포가 터졌고, 미국 최고 명문 구단의 팬들은 더 이상 함성을 외치지 못했다.

이정후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인터리그 3연전 첫 경기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2볼넷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6회 9-1 강우콜드 완승을 이끌었다.

미국 야구의 성지 양키스타디움 첫 타석을 맞아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렸다. 1회초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윌리 아다메스 테이블세터가 2루타와 볼넷으로 무사 1, 2루 밥상을 차린 상황. 이정후는 득점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양키스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을 만나 선제 3점홈런을 때려냈다.

이정후는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볼카운트 1B-1S에서 스트로먼의 3구째 가운데로 몰린 89.4마일(143km) 싱커를 공략해 우중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타구 속도는 100.5마일(161km), 비거리는 387피트(117m). 12경기 만에 나온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5-0으로 앞선 2회초 1사 후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이정후는 5-1로 리드한 5회초 선두타자로 등장, 이안 해밀턴 상대로 무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 볼넷을 골라냈다. 1B-2S 불리한 카운트에서 5구째를 맞이해 볼-파울-볼-파울에 이어 9구째 높게 들어온 포심패스트볼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정후는 맷 채프먼,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볼넷으로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했고, 윌머 플로레스의 투수 땅볼 때 빠른 발을 이용해 홈을 밞으며 달아나는 득점까지 책임졌다.

이정후의 눈야구는 계속됐다. 8-1로 리드한 6회초 무사 1, 2루 찬스였다. 요엔드리스 고메즈를 만나 침착하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내며 3출루를 달성했다. 4구째 89.7마일(144km) 포심패스트볼이 몸쪽 깊숙한 곳으로 오면서 사구가 될 뻔 했지만, 공을 피한 뒤 부상 없이 1루로 걸어 나갔다.

결승 3점홈런의 주인공이 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3할3푼3리에서 3할4푼으로 끌어올렸다. OPS도 .908에서 1.000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은 이정후의 홈런 영상을 게재하며 “이정후가 뉴욕을 한 입 삼켰다”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중계를 맡은 현지 해설진은 “환상적인 스윙(great swing)”이라고 이정후의 홈런에 찬사를 남기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오랫동안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이정후의 악천후를 극복한 홈런에 주목했다. 매체는 “이정후는 고국인 한국에서 악천후 속에서 경기를 치를 일이 거의 없었다. 이정후의 전 소속팀인 키움 히어로즈는 홈구장으로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한다. 그래서 이번 홈런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라고 감탄했다.

이날 뉴욕 지역에는 경기 전부터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가 약 30분 지연 시작됐다. 경기 개시 후에도 빗줄기가 끊이질 않았는데 내셔널리그 소속 샌프란시스코와 아메리칸리그 양키스의 인터리그 맞대결이라 취소 없이 그대로 경기를 강행했다. 리그 별 경기 일정, 비행시간 등을 감안했을 때 추후 편성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정후는 “통역을 통해 “KBO리그였으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경기가 시작조차 안 됐을 것이다. KBO리그는 비로 인한 취소가 많다”라고 말했다.

사령탑의 ‘이정후앓이’도 계속됐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정말 멋진 순간이었다. 나 또한 그 순간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누구나 양키스타디움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이정후는 이곳에서 뛰어본 적이 없었고, 어려운 환경에 처했지만, 주자 2명이 있는 상황에서 홈런을 쳤다. 팀에 1회부터 큰 활력을 줬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OSEN=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