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메이저리그가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화제성으로 보나, 기록적으로 보나 이정후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중견수다. 어쩌면 코리안 빅리거 최초의 역사까지 쓸 수 있을 기세다.

이정후는 올해 건강하게 샌프란시스코의 중심 타선을 이끌고 있다. 레전드 이종범의 아들로 ‘바람의 손자’라 불리며 데뷔 때부터 슈퍼스타 루트를 탔던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2년차에 슈퍼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인터리그 3연전 첫 경기에 3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1홈런 3타점 2볼넷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6회 9-1 강우콜드 완승을 이끌었다.

특히 이날 이정후의 마수걸이 홈런이 터졌다. 1회 무사 1,2루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87승의 베테랑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을 상대로 우중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스트로먼의 3구째 가운데로 몰린 89.4마일(143km) 싱커를 공략해 우중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타구 속도는 100.5마일(161km), 비거리는 387피트(117m). 시즌 12경기 만에 터진 홈런.

양키스의 레전드 베이브 루스의 혼이 깃든, ‘루스가 지은 집’이라고 불리는 야구의 성지, 양키 스타디움의 담장을 넘기자 ‘MLB.com’ 이정후의 홈런 소식을 홈페이지 메인으로 걸어놓기도 했다. MLB 공식 SNS 계정은 ‘이정후가 빅애플을 한 입 베어 물었다(JUNG HOO LEE TAKES A BITE OUT OF THE BIG APPLE)’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뉴욕에서 강렬한 한 방을 터뜨리며 뉴욕을 정복했다는 의미의 표현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도 이정후를 슈퍼스타로 대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정후는 올해 새로 발표된 샌프란시스코의 시티 커넥트 유니폼의 메인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단순히 화제성만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성적이 받쳐주기에 이정후의 스타성도 더 부각되고 있다. 현재 이정후는 13경기 타율 3할3푼3리(51타수 17안타) 1홈런 7타점 14득점 OPS .992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현재 2루타 8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홈런은 이제 막 터뜨렸지만 중거리포로 장타 생산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활약상은 세이버 스탯으로도 드러난다. 13일까지 ‘팬그래프’ 기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0.9로 팀 내 1위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견수들로 정렬해 봐도 이정후를 능가할 자는 없다. 메이저리그 중견수 포지션 WAR 1위가 바로 이정후다. 2위는 조지 스프링어(토론토 블루제이스)의 0.7이다. 이정후가 중견수로 얼마나 큰 공수주 기여도를 갖고 있는지 기록으로 드러난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보면 이정후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 WAR 순위 8위다. 메이저리그 전체 ‘톱10’에 드는 활약상이다.

‘ESPN’은 지난 10일, 이정후의 활약상을 조명하면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과 동일선상에 두며 대담한 예측을 전했다. ’ESPN’은 올해 이정후가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오르면서 MVP 투표 5위 안에 들어갈 것이라는 파격적인 예측을 내놓은 자 있다.

매체는 ‘이정후의 루키 시즌은 37경기 만에 끝났다. 하지만 지난해 15타수를 덜 나갔다면 올해 신인왕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루이스 아라에즈(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다 더 빠르고, 장타를 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타구를 다양한 방향으로 보낼 수 있는 스프레이 히터로 수비하기 까다롭다’고 평가했다. 아라에스는 2022년 아메리칸리그에서, 그리고 2023~2024년에는 내셔널리그에서 타격왕에 오르며 3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메이저리그 대표 교타자다. 하지만 컨택 능력에 특화되어 있는 선수로 이정후만큼의 장타력과 주루 능력은 없다. 수비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이어 ‘윌리 아다메스 뒤, 맷 채프먼 앞에서 타격을 하기 때문에 견제 없이 타격할 수 있는 공을 얻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 칠 가능성이 높다’며 ‘얀디 디아즈, 율리 구리엘, 팀 앤더슨, 제프 맥닐, 디 고든 등 최근 타격왕을 보면 잘 알려지지 않은 타자들이 차지하기도 한다’며 이정후가 올해 대형사고를 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이정후가 MVP 투표 5위 내에 들어서면 한국인 최초, 최고의 역사를 쓰게 된다. 코리안 빅리거들 중 MVP 투표에서 득표한 선수는 추신수(2010년 14위, 2013년 13위), 류현진(2019년 19위, 2020년 13위), 김하성(2023년 14위) 뿐이다.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한 선수는 2013년의 추신수로 당시 6위표 1장, 7위표 1장, 8위표 1장, 9위표 4장, 10위표 3장을 받으며 23포인트를 획득한 바 있다.

이대로면 이정후는 5위 이내의 표를 획득하면서 코리안 빅리거로서 최고의 경지에 올라서게 된다. 그만큼 이정후의 올해 활약은 독보적이고 이 활약이 꾸준하게 이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OSEN=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