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이미 다니 다이치(한국명 김도윤)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다.
다니 다이치는 1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 오카즈 스포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2025 AFC U-17 아시안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후반 33분 교체 투입돼 8분 뒤인 후반 41분 왼발 슈팅으로 대회 첫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일본의 2-3 패배로 끝났지만, 일본은 골득실에서 앞서 B조 1위로 8강 진출과 FIFA U-17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다니는 한국인 아버지(김정민)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과 일본 이중국적을 가졌으며, 과거에는 K리그1 FC서울 유소년팀(오산중)에서 뛰며 '김도윤'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축구 유망주로 성장했다.
이후 일본 사간 도스 유스팀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는 J리그 사간 도스 U-18에서 활약 중이다.
그의 일본행과 일본 국가대표 선택은 많은 논란과 아쉬움을 낳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유망주로 주목받던 선수가 일본 대표 유니폼을 입고 국제무대에서 골을 터뜨리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아쉬운 점은 이미 지난해 10월 일본 축구계에서는 다니 다이치의 잠재력을 알아봤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27일 일본 축구 전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는 다니의 모습을 취재하며 "골문 앞에서 당당하게 버티며 '공만 나에게 줘!'라는 아우라를 풍기는 그 모습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 그 자체"라고 묘사했다.
당시 사커 다이제스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골망을 흔드는 다니는 현재 일본 U-16 대표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23일 네팔전에서는 4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25일 몽골전에서는 교체 투입 3분 만에 득점을 기록했다. 다니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FC서울 유스팀 소속으로 뛰었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이후 사간 도스 U-18에서 활동 중"이라고 알렸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히로야마 감독은 다니에 대해 "다른 선수들과 다른 매력을 지닌 특별한 자원"이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실제로 다니는 184cm의 건장한 체격에 꾸준한 피지컬 훈련까지 병행해, 해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니는 "FC 바르셀로나의 레반도프스키를 동경한다"며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도 성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다니를 향한 기대는 최근 폭발했다. 사커 다이제스트는 11일 다시 다니의 활약상을 전하면서 "그의 아버지는 1990년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정민이며, 어머니는 일본 가수 다니 루미코다. 다니는 양국의 피를 이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유망주로, 한국 언론도 그의 활약에 주목했다"라고 알렸다.
같은 날 또 다른 일본 언론 '닛칸 스포츠'는 다니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다니는 "앞선 두 경기를 쉬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단 생각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그는 경기 전날 훈련에서 완벽에 가까운 헤더 슈팅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니는 득점 장면에 대해 "공간도 좁고 힘든 상황이었지만 진짜 죽을 힘을 다해 발을 뻗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닛칸 스포츠는 "이번 경기를 통해 다니는 자신이 여전히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임을 강하게 인식시켰고, 앞으로도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넣는 데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국에서 성장하고 일본 유니폼을 입은 다니 다이치에게 이 경기는 각별한 의미로 남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한국은 현재 저출산으로 인해 축구 유망주 풀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니처럼 태극기 대신 일본 국기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사례는 우리에게 뼈아픈 경고처럼 다가온다. 그가 훗날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과 맞붙어 결정적인 골을 터뜨린다면, 이는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상처로 남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더 늦기 전에 유소년 축구 환경을 근본부터 손봐야 한다. 아직도 고교 대회 성적에 지나치게 의존해 진학이 결정되는 현실은 재능 있는 선수들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성장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다니 같은 이탈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단순한 실력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과 방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임을 직시할 때다.
[OSEN=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