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2주가 조금 지났는데 벌써 순위 양극화 현상이 보인다. 1위 LG의 초반 질주와 10위 한화의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8일까지 KBO리그 1위 LG(11승1패 승률 .917)와 10위 한화(4승10패 승률 .286)의 격차가 무려 8경기로 벌어졌다. LG가 12경기, 한화가 14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극초반인데 이 정도로 차이가 벌어진 것은 놀라운 일이다.

지난해 1위와 10위의 격차가 8경기로 벌어진 건 1위 KIA가 15경기(11승4패), 10위 KT가 17경기(4승13패)를 소화한 시점이었다. 2023년에는 1위 SSG(15승8패), 10위 한화(6승16패1무)가 나란히 23경기를 치른 시점에 8.5경기로 벌어졌다.

올해는 1위와 10위의 격차가 8경기 이상 벌어진 시점이 훠린 빠르다. 1위 LG의 질주가 대단하다. 구단 역사상 최초 개막 7연승으로 스타트를 끊은 LG는 첫 패배 이후 다시 4연승을 달렸다. 2위 삼성에도 3경기 앞선 단독 1위로 초반 기세가 폭발적이다.

팀 평균자책점(2.27), 타율(.295), OPS(.851), 도루(16개) 1위에 리그 최소 실책(3개)으로 공수주에서 완벽한 야구를 하고 있다. 91득점 27실점으로 득실점 마진이 +64점, 경기당 평균 5.3점에 달할 정도로 경기력도 압도적이다. 11승 중 6승이 5점차 이상의 승리였다. 두 자릿수 득점만 4경기나 된다.

반면 시즌 전 5강 후보로 꼽힌 한화는 예상 밖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5년 만의 개막전 승리로 시작했지만 4연패에 빠졌고, 이후 2연승한 뒤 다시 4연패. 최근 다시 2연패에 빠지면서 승패 마진이 벌써 -6으로 벌어졌다.

팀 평균자책점 6위(4.57)로 투수진은 그런대로 평균치를 하고 있지만 팀 타율(.179), 출루율(.256), 장타율(.274), OPS(.530) 모두 꼴찌로 경기당 평균 2.9득점에 그치고 있다. 3점도 뽑기 힘든 빈약한 공격력 탓에 투수들도 1~2점도 주면 안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시즌은 길다. LG가 내려올 수도, 한화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초반에 이런 구도가 형성되면 꽤 오래 간다. 특히 꼴찌로 떨어지면 상대팀들의 승리 표적이 돼 고달픈 레이스를 각오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추가 전력을 볼 때도 LG와 한화의 격차는 지금보다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

LG는 베스트 전력이 아닌 상태로 지금 성적을 내고 있다. 마무리 장현식이 돌아온 가운데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유영찬, 함덕주, 상무에서 군복무 중인 이정용 등 6월 이후 돌아올 주축 투수들이 넘친다. 허리 통증에서 회복된 외야수 문성주도 복귀가 눈앞이다.

염경엽 감독은 주전들에 의존하지 않고 폭넓은 선수 기용으로 엔트리 전체를 활용하고 있다. 투수 송승기, 우강훈, 김영우, 포수 이주헌, 외야수 송찬의, 문정빈 등 젊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신구 조화까지 이루고 있다.

반면 한화는 이렇다 할 부상자가 없는데 벌써 10위로 추락했다. 나름 베스트 전력인데 이런 상황에 내몰린 게 정말 심각하다. 중심타자 안치홍이 복통과 몸살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며 2군에 내려간 것 외에는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선수가 없다. 앞으로 기대할 만한 추가 전력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절망적이다.

퓨처스리그에서 4할대(.485) 타율로 맹타를 휘두른 하주석이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콜업됐지만 연장 11회까지 몇 차례 대타 기회에도 벤치에만 있었다. 개막 2주가 지나서야 야수 쪽 엔트리에 처음 변화를 줄 만큼 운영이 경직돼 있다. 믿음의 야구를 추구하는 김경문 감독 성향상 당장 뭔가 큰 틀을 바꾸지는 않을 듯하다. 결국 해줘야 할 선수들이 살아나야 하는데 꼴찌 추락으로 움츠러든 선수들의 움직임도 잔뜩 굳었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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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