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가 마침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030년 월드컵에서 참가국을 64개국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매체 '소후'는 7일(한국시간) "FIFA가 중국 대표팀에 희망적인 소식을 전했다. 월드컵 본선 참가국이 확대되면서 아시아 지역에도 12.5장의 티켓이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ESPN' 등에 따르면 FIFA는 2030년 월드컵 참가국을 기존 48개국에서 64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월드컵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추진되는 아이디어라는 점이 강조됐다.
이 제안을 처음 제시한 인물은 이그나시오 알론소 우루과이 축구협회장이다. 2030년 월드컵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에서 개최되며, 개막전은 첫 번째 월드컵 개최국이었던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에서 열릴 예정이다. 알론소 회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FIFA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을 통해 "FIFA 평의회 회의 중 '기타' 안건으로 2030년 월드컵을 64개국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제안을 제시한 이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분석하는 것은 FIFA의 의무이므로 해당 아이디어가 공식적으로 검토 대상이 됐다"라고 밝혔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제안을 수용한 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FIFA가 이번 결정에서 스포츠적인 요소만큼이나 재정적, 정치적 이득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FIFA 회의 참석자들은 이 제안에 대해 '놀라운 침묵'을 보였으며, 이는 FIFA가 경제적 측면에서 큰 이익을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FIFA는 월드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더 많은 국가가 본선에 진출하면 관중 수입과 방송 중계권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축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약 2030년 월드컵에서 참가국이 64개국으로 확대된다면, 대회 일정과 경기 수가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미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며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지나치게 많은 일정이 선수들의 체력 부담과 부상 위험을 높이고, 경기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FIFA가 본선 진출국을 지나치게 확대하면서 지역 예선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도 있다. FIFA 회원국은 총 211개국이며, 이 중 64개국이 본선에 진출하면 본선 무대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면, 각국 대표팀이 수준 높은 경기를 치르며 경쟁력을 높일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중국 축구는 이 소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단 한 차례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으며, 현재 진행 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도 부진을 거듭하며 C조 최하위로 탈락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이번에도 본선행이 좌절된다면, 중국은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FIFA가 2030년 월드컵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한다면 중국이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소후는 "중국 대표팀이 오랫동안 본선 진출의 문턱에서 좌절해 왔지만, 참가국 확대가 현실화되면 본선행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라고 큰 기대를 전했다.
또한 "현재 중국 대표팀은 일본, 한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아시아 전통 강호들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하다. 하지만 12.5장의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면, 오만, 요르단, 시리아 등과 경쟁하며 본선 직행 가능성을 노려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중국 팬들은 2030년이 되면 중국의 본선 진출 확률이 70%를 넘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중국 축구 팬들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 참가국 확대가 중국 축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이런 외부적인 요인에만 기대다 보면 중국 축구의 실질적인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후는 "이번 참가국 확대가 중국 축구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런 혜택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국 축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면, 본선 진출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 대표팀이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앞으로 6년 동안 유소년 육성과 리그 경쟁력 강화에 달려 있다. 진정한 성장 없이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목표가 아닌, 또 다른 좌절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며 중국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reccos23@osen.co.kr
[OSEN=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