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로 韓 배우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
"열등에서 연기 시작해…피해주지 말자 생각"
"과분한 성원, 상 못 받을까 눈에 실핏줄 터져"

배우 윤여정.

배우 윤여정(74)이 25일(현지시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연기상을 수상한 이후 "동양사람들에게 아카데미월(벽)이 트럼프월보다 높다"며 "이 일(배우)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 후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우선 그는 "아직도 정신이 없다. 수상은 생각 못 했다"며 "8번이나 수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 미나리 제작사인 A24 설립자 배우 브래드 피트의 수상자 호명과 수상에 대해서는 "미국 사람들도 우리랑 같더라"며 "브래드 피트를 실제로 보니 어떠냐고 하더라"고 했다.

개인적 연기 철학에 대해서는 "열등의식에서 (연기를) 시작했다"며 "연극,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약점을 아니까 열심히 외워서 피해를 주지 말자가 시작이었다"며 "대본이 성경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상이 ‘최고의 순간’이냐는 질문에는 "최고라는 말이 싫다"며 "최고를 하지 말고 ‘최중’하면 안 되냐"고 했다. 이어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며 "동양사람들에게 아카데미월이 트럼프월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윤여정은 또 ‘작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 "60세가 넘어 작품 선택 기준이 바뀌었다. 사람을 보고 작품을 선택해왔다"며 "사치스럽게 살기로 했다. 내가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사치다"라고 말했다.

미나리가 해외에서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제가 잘한 건 아니고 대본을 잘 썼기 때문"이라며 "부모가 희생하고, 할머니가 손자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국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보내준 열렬한 성원에 대해서는 내심 부담스러웠었다는 속내도 밝혔다. 그는 "상을 받아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운동선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내가 계획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온 거였다"며 "나중에 못 받으면 어쩌나 싶었다. 너무 피곤해서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고 전했다. 또 "처음에는 정말 받을 생각도 없고 후보 지명만으로도 기뻤는데 나중에는 너무 걱정이 됐다. 운동선수들의 기분을 알겠더라.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고 했다.

수상 후의 삶에 대해 윤여정은 "살던 대로 살 것이다. (수상한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전부터 결심한 게 있다. 늙으니까 대본 외우기가 힘들다"면서 "민폐를 끼치는 건 싫으니까.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