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설' 주장한 신상철씨 진정으로 재조사 진행
생존 장병 "나라가 미쳤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 '천안함 좌초설'을 꾸준히 제기했던 신상철씨가 낸 진정에 따른 것이다. 유족과 생존 장병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작년 9월 7일 천안함 피격 사건의 원인을 밝혀 달라는 취지의 진정이 접수됐다"며 "사전 조사를 거쳐 그해 12월 14일 조사 개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재조사 발단이 된 진정은 천안함 사건 원인과 관련해 '좌초설' 등 의혹을 끊임 없이 제기해 온 신상철씨가 냈다. 위원회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신상철 씨가 '사망 사건 목격자로부터 전해 들은 사람'이라는 진정인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진정을 접수한 이상 관련 법령에 따른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조사 개시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조사가 시작되면 진정인과 유가족 의견 청취를 먼저 해야 한다"며 "유가족이 조사를 원하지 않을 경우 위원회는 종료 결정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 밖에도 조사 과정에서 추후 결격 사유가 확인되면 각하될 수도 있고 이미 사실 확인이 됐고 구제조치가 완료됐다고 판단되면 기각 결정으로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온라인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를 지낸 신씨는 2010년 사건 발생 뒤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으로 민·군 합동조사단에 합류했다. 신씨는 2개월 뒤 정부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천안함이 북한군 어뢰에 피격돼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침몰 원인이 조작됐다'는 등의 주장을 퍼트렸다.
천안함 피격 사건의 전사자 유가족과 생존 장병은 신 씨의 진정을 각하하지 않은 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 전준영씨는 1일 천안함 피격 사건 원인 재조사 착수 소식을 접한 뒤 페이스북에 "나라가 미쳤다. 46명 사망 원인을 다시 밝힌단다"며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족은 "신씨가 진정인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면 해당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목격자가 누군지부터 명확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생존 예비역 장병도 "위원회는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의 사건·사고를 조사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유족도 아닌 음모론자가 낸 진정을 받아들이고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현충탑에 헌화하고 분향하던 중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갑작스럽게 다가가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묻자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 때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피격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끝난 후 해군 2함대 내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 참배했다. 이어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과 유가족 대표들을 위로했다. 김록현 서해수호관장에게 천안함 피격 상황을 보고받고 "당시의 사건 경과는 너무도 생생하게 잘 기억하고 있다"며 "(침몰한 천안함을 인양해) 두고두고 교훈을 얻고, 호국 교육의 상징으로 삼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천안함은 1차 연평해전에 참전해 공을 세운 함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