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D-12일
선거 판세 뒤흔들었던 사례 많아
작년 총선 "3040 거대한 무지와 착각"
2004년 정동영 "6070은 투표 안해도 돼"
진중권 "이기고 싶으면 입조심들 하시라"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열흘여 앞둔 26일 여야 정치권에서 막말이 쏟아졌다. 과격한 벌언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용이하지만, 선거 막판 자칫 잘못하면 강한 악재로 되돌아올 수 있다. 작년 총선 선거운동 당시 '막말 논란'으로 참패를 한 국민의힘은 선거운동 첫날부터 '입단속'에 나섰지만, 또 실언이 나왔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 공식선거운동 둘째날부터 여야의 도넘은 막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이날 오전 강서구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환자'라고 표현한 자신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야당이 그런 말도 못하는가"라고 했다. 오 후보는 "국민들 집값 올라간다고 난리인데, 문 대통령은 부동산이 안정되어 있다고 말한다"며 이런 표현을 썼다.

이는 현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대통령을 치매환자에 빗댄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질병과 장애인에 대한 후보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지금도 치매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같은날 오전 부산에서 개최한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부산은 3기 암환자 같은 신세"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말만 앞세우는 훈수꾼이 수술을 맡으면 환자는 죽을 수 있다"며 "저 김영춘이 부산을 살려내는 유능한 사람"이라고 했다.

김 후보의 발언은 낙후된 부산을 개발하고 살려내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지만 지역 폄훼, 질병에 대한 폄훼라는역풍을 맞았다.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페이스북에 "이해찬은 부산초라, 박재호는 부산 한심, 김영춘은 부산 암환자"라며 "세 사람은 부산이 그렇게 싫나"라고 했다. 하 본부장은 "김 후보의 망언은 부산 뿐만 아니라, 암과 투병하는 환우들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서울 북가좌초등학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대는 경험치가 낮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기자들이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된 것에 대한 해석을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20대는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 40~50대보다 경험치가 낮지 않나"라고 했다.

자신의 20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을 긍정적으로 재포장하려는 의도였지만,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황규환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하는데, 박 후보는 '20대 역사적 경험치'를 운운했다"며 "이 땅의 청년들을 얕잡아보는 발언"이라고 했다.

황 부대변인은 "2019년에도 민주당 설훈 의원은 20대 남성을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폄훼했고, 홍익표 의원 역시 '지난 정권의 반공교육때문'이라며 상처를 주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며 "이쯤되면 습관성 비하"라고 했다.

◇"노인 투표 안해도 돼"...선거판 뒤흔든 막말들

막말이 선거판을 뒤흔든 경우가 꽤 있다. 당장 작년 4⋅15총선 때 인천 연수갑 정승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선거사무실을 방문한 유승민 의원에게 "인천 촌구석까지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가 '지역 비하'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당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는 "30대와 40대는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해서 '세대 비하' 논란이 일었다. 작년 총선에서 통합당은 비례대표 19석 포함해서 전체 1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치며 충격적인 참패를 했다.

민주당에서도 막말로 막판 선거에서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가 '노인 비하'에 휩싸였고, 2012년 19대 총선 때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유영철을 풀어 라이스(전 미 국무장관)를 강간해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이 참패했다. 민주통합당은 19대 총선에서 127석을 얻는 데 그쳤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부터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선대위회의에서 "말 한 마디 잘못이 많은 표를 상실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박영선 후보에 비해 20%p 차이를 보여주지만, 지금은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현재 지지율 격차에 도취돼 말실수를 했다가는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고다. 김 위원장은 작년 총선 때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말조심을 당부했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기고 싶으면 입조심들 하라"며 "지금 표차가 많이 벌어진 것처럼 보여도 적극적 투표층은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직력은 민주당이 월등히 앞서니 투표함 까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2주 동안에 온갖 일이 다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