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3년 만에 시설 투자 확대
올해 사상 최대 투자 전망 나오지만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투자 연기 관측도
전문가 "투자 시기 놓치면 되돌리기 힘들 것"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 속 시설투자에 역대급 비용을 쏟아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17년 반도체 호황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4000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한 바 있는데, 이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시설투자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 규모는 지난해 약 35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26조9000억원)보다 8조원 이상 늘린 것이다.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 규모를 확대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지난 2017년 반도체 호황에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4000억원을 시설 투자로 지출했던 삼성전자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29조4000억원, 26조9000억원 등 투자 규모를 줄여왔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역시 삼성전자가 시설 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비에만 38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총 시설 투자(35조2000억원)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82%(28조9000억원)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액은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17년 기록을 갈아치울 수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도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당시 "2021년 메모리 투자 금액은 2020년보다 증가할 전망"이라며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설비는 유동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 규모 확대 전망은 2017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코트라(KOTRA)는 올해 수출전망에서 수요 회복, 단가 상승, 5세대 이동통신(5G) 확대, 디지털전환(DX) 가속화 등으로 인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D램과 낸드 수요는 지난해보다 각각 19.1%, 3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단가 역시 2분기부터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도 올해 초 처음으로 반도체 수출 전망을 별도로 발표하며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0.2% 늘어난 1075억~1110억달러로, 2018년(1267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D램 업체들의 시설 투자는 보수적이었으나 삼성전자의 경우 시설 투자 강도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올해 D램 가격 상승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생산능력을 확충해 놓은 삼성전자가 누리는 상대적 이익 증가의 강도가 과거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낸드의 경우 충분한 공급으로 시장 가격을 높지 않게 유지하고 높은 원가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 낸드 시장에서 시설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에 변수가 생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반도체 수출 전망은 전반적인 시장 호황에 따라 크게 나빠지지 않겠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계획 대부분이 연기될 것"이라며 "TSMC 등 경쟁사 추격이 거센 가운데 총수 부재로 때를 놓쳐버리게 되면 다시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지난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액이 최대 28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시설 투자액을 12조원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