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 50명 찾은 부동산 토론회
손재영 "집값 잡기 위해 사람은 희생돼도 좋다는 정책"
이상영 "소득과 자산 불균형 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것"

유승민 "文 정부 올린 집값은 하향돼야"
"2022년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정권교체"
초선의원들 필기하면서 강연 들어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 개소식도 하기 전에 부동산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유 전 의원의 복귀를 알리는 첫 공식행사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지만, 패널로 참석한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해 한국개발연구원(KDI)를 거친 두 사람은 부동산 학계에서 명망이 높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손재영 교수는 국내 부동산학과를 이끈 인물이고,이상영 교수는 부동산114, 미래에셋부동산연구소 소장을 거친 '실무형' 학자로 통한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자'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손재영 건국대 교수, 오른쪽은 이상영 명지대 교수.

유 전 의원이 마련한 사무실 앞에는 갈색 바탕에 하늘색과 흰색의 '희망22'라는 현판이 달려 있었다. 유 전 의원은 토론회가 시작하기 45분쯤 전부터 입구에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유 전 의원은 '희망22'라는 사무실 이름에 대해 "2022년에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꼭 해내겠다는 희망"이라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정양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유승민계로 꼽히는 유의동·조해진·김웅 의원과 함께 권성동·권영세·김기현 의원 등 중진들도 속속 도착했다. 초선 중에서 강대식·유경준·신원식 의원 등이 눈에 띄었다. 국민의당에서 권은희 의원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실에 마련된 접이식 의자 70개는 일찌감치 동이 났다. 일부 참석자들은 뒷편에 서서 토론회를 들었다.

유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할 때만 해도 토론회장은 웃음이 넘쳤다. 유 전 의원은 "경제문제에 천착해 저사람들이 집권하면 먹고 사는 문제를 훨씬 잘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유 의원은 "결국은 경제"라며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서 부동산 문제를 논의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에 차린 사무실 '희망22'에서 토론회 참석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패널 토론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손재영 교수는 현재 부동산 대란을 '정부 실패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재난'으로 규정했다. 손 교수는 "전세난은 내년이 되면 올해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고, "정부가 지금까지 나온 정책을 거둬 들이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손 교수는 '임대차3법을 백지화하면 문제가 해결되느냐'는 유 전 의원의 질문에 "해법은 없다"고도 했다.손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원래대로 돌린다고 해도, 사람들이 정부에게 뒷통수 맞았다는 기억이 있어서 시장에 함부로 돈을 투자하거나 내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지금까지 수십차례 대책을 통해 나쁜 상황이 됐으니 또 수십차례 대책을 내야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답에 유 전 의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상영 교수는 전세난에 대해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떨어진 데 따른 결과"라고 했다. 이 교수는 "주거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현재도 전세는 평균 3.2년을 산다"며 "전월세상한제도 당사자가 합의하면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데, 1년을 더 살게하겠다고 이렇게까지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사람들은 라이프 사이클의 최종 종착점을 집으로 생각하고 그거 하나 만들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걸 감안하지 않고 본인이 가진 돈과 약간의 대출로만 사라고 하니 소득이 높은 사람이나, 증여를 많이 받는 사람들만 집을 사게 된다"며 "지금 같은 상황으로가면 소득과 자산 불균형은 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간다"고 했다. 이 교수는 "2015년 이후 매년 줄어들던 주택 거래량이 올해는 오히려 늘었다"며 "규제를 받으면서도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는 거냐고 비판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가 없다"며 "'대출해줄테니 미리 집 사고 천천히 갚아라' 어떤 나라든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사람이 희생돼도 좋다는 정책을 내놨다"고 했다.

그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순차적 시행 등의 수정 방안 △중산층 공공임대주택의 비효율성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그린벨트 해제 △도심내 용적률 상향 등의 주택 공급 방안 △주택 보유세와 거래세 문제 등을 논의했다.

유 전 의원은 "다음 정권의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가 올린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공급 대책이나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부동산 대책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 여당이 강행한 임대차3법으로 촉발된 부동산시장 혼란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주거복지는 '사다리'를 개념으로 해석해서 청년이 중장년이 되고 노년이 되면서 자기 집에서 행복과 자유를 느낄 공간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정부는 이런 부분에서 철저히 실패하고 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정부에서 올라간 집값은 수요공급 원리를 완전히 무시한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올라간 것"이라며 "이 부분은 정책이 바로잡히고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면 바로잡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사실상 증세"라며 "국민의힘이 숫자는 적더라도 국민께 공시가격이 오르면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호소해서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태흥빌딩에 마련된 유승민 전 의원의 '희망 22' 사무실에서 열린 '주택문제, 사다리를 복원하다'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