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 75일만에, 트럼프 취임 23일만에 미사일 도발
이인영 "美 의중 탐색 위해 인위적 긴장 고조시키지 말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미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2년여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쌓은 친분이 쓸모 없어졌고,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 부른 바이든 당선자가 새 대통령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군사 도발에 다시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미국 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브뤼셀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IES)가 개최한 '미국 대선에 직면한 한반도' 화상회의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북한이 새로운 행정부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관심을 끌기 위해 도발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의 경험으로도 북한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을 계기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75일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23일만에 미사일 도발을 했다며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시선을 끄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도발에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CNN 방송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당선시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해 미국의 시선을 끌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는 강해졌으며 시련 속에서 더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시간은 우리 편에 있다"고 말했다. 또 열병식 마지막에 신형 ICBM이 등장하자 단상에서 간부들과 마주 보고 웃었다.
북한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 "시간은 우리 편에 있다"는 발언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북한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바이든이 당선되면 빠르게 핵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움직임은 바이든 당선 후 새로운 미 행정부와 협상을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런 우려에서 북한에 경고를 보냈다. 그는 지난 6일 '남북생명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 개회사에서 "일부에서 우려하듯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의중을 탐색하기 위해 한반도에 인위적인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임기 첫해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했던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잘못된 선택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