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에 게시된 무료 독감 접종 안내문.

이달 22일부터 13~18세와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접종이 일시 중단됐다. 정부가 독감 백신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검사 결과 품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일부 접종 일정에만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품질 문제가 불거질 경우 백신 폐기에 따른 대체 물량 공급에 난항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13~18세 어린이 대상 독감 백신에 대한 품질 검사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뢰했다. 식약처는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한 시험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식약처가 독감 백신의 제품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해당 백신은 예정대로 각 의료기관에 순차 공급된다. 예방접종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는 있겠지만, 백신 물량 공급 자체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식약처가 백신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비상’이다. 이 경우 해당 백신들은 전량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기존 백신 물량에 더해 추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정부와 국내 백신 제조업계는 연내 백신 추가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올해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 공급량이나 무료 접종량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500만명분을 추가 생산했다"며 "물리적으로 추가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 백신 제조업체들 역시 "독감 백신 생산 일정과 해외 수출 물량 준비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밝힌 국내 독감 백신 공급량은 2950만명분이다. 전 국민 인구로 따지면 57%에 해당한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무료 접종은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와 청소년, 임산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1900만명을 대상으로 한다.

추가 생산이 가능해도 독감 유행시기에 맞춰 접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백신 효과가 접종 2주 뒤부터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11월 내에는 접종을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 정 본부장은 "백신을 생산하는 데도 3·4개월 또는 5·6개월이 걸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