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창설 조직을 부정한 자체가 끔찍"
"유엔군사령부 통제하겠단 맥락 이해 안돼"
빈센트 브룩스 전(前) 한미연합사령관<사진>이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엔군 사령부는 족보가 없는 조직'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끔찍한 발언"이라고 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브룩스 전 사령관은 "송 위원장이 유엔군사령부를 족보가 없는 조직이라며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유엔이 창설한 조직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그런 평가는 매우 잘못됐고,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그가 어떤 의미에서 유엔군사령부를 통제 속에 둬야한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의 족보는 그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며 "한국의 정통성도 유엔의 인정에 따라 확립됐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 20일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가 운영하는 연통TV 인터뷰에서 "주한 유엔군사령부라는 것은 족보가 없다"며 "유엔에서 예산을 대준 것도 아니고, 그냥 주한미군에 외피를 입힌 것"이라고 했다. 이 답변은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이양하더라도 유엔사를 통해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송 위원장은 "현재 유엔군사령부는 유엔 내 비상설 군사조직인 ‘유엔 평화유지군’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유엔의 산하기관도 아니다"라며 "보조기관(Subsidiary organ)으로 간주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이튿날 페이스북에도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족보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의 불분명한 위상에 대해 말했는데, 도대체 '족보가 없다'는 은유적 표현이 뭐가 문제냐"라고 했다.
송 위원장은 "주한미군사령부나 한미연합사령부와는 달리 유엔사는 1950년 창설 이후 지위와 역할에 변화가 많았고,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며 "유엔의 산하기관도 아니다. 보조 기관으로 간주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유엔도 인정하듯 유엔사는 명확하게 미국의 통제를 받는 기구다. 유엔사의 주요 보직자 및 참모들도 주한미군이 겸임하고 있다"라며 "사실이 이렇다면, 유엔사의 현재 역할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만일 종전선언 체결 후 평화국면 진입 시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속하는 상황임에도 이와 별도로 유엔사가 존속할지는 우리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 리스크'된 송영길 외통위원장
송 위원장은 최근 잇단 말실수로 "외통위원장이 ‘외교 리스크’를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송 위원장은 지난 19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 "친한 사이에 남자끼리 배도 한 번씩 툭툭 치고, 엉덩이도 한 번 치고 그랬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가해자를 옹호했다'는 등의 비판이 커지자 송 위원장은 그날 페이스북에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지난달 16일엔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에 대해 "포(砲)로 폭파하지 않은 게 어디냐"고 했다가 논란이 됐다. 지난달 1일엔 국회에서 열린 한·미 동맹 관련 간담회에서는 "주한 미군은 한·미 동맹 군사력의 오버캐파(overcapacity·과잉)가 아닌가 한다"고 했다. 이는 필요 이상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므로 주한 미군 감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