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지지자는 "정권 유지" 윤석열 지지자는 "정권 교체" 외치는데
이재명 지지자 27%는 "정권 교체-야당 후보 지지" 응답
여권 대선후보 중 확실한 非文…TK 지지율 윤석열과 같아
親文 후보 아니면 차기 어렵다는 인식, 금 가기 시작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거리고, 이제부터 '이재명 바람'이 강하게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미소 짓고 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 10년만에 '여당 내 야당'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유력 차기 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 쓰이던 표현이다. 이 지사가 이명박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과 흡사하게 마치 야당처럼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거나 더 돋보이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재명 지사라고 응답한 사람은 19%, 이낙연 의원은 17%로 나타났다. 이재명 지사 지지율은 전주보다 6%포인트 상승했고 이낙연 의원 지지율은 전주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첫 역전이다.

한국갤럽 제공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음 질문이다. 한국갤럽은 다음 대선과 관련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선택지를 주고 고르게 했다. 이낙연 의원 지지자들은 87%가 '정권 유지-여당 후보'를 골랐고, 9%만 '정권 교체-야당 후보'를 선택했다. 야권의 대선 후보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자들은 96%가 '정권 교체-야당 후보'를, 1%만 '정권 유지-여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 지사 지지자 중 '정권 유지-여당 후보'를 고른 응답자는 63%였고, '정권 교체-야당 후보'를 선택한 사람이 27%로 집계됐다. 이 지사 지지자 27%는 그를 "정권을 교체할 야당 후보"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갤럽 이번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3%로 집계됐다. 이 부정평가자 중 이 지사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17%로 윤 총장 지지자(17%)와 같았다. 이 집단에서 야권 유력 대선후보와 같은 지지율을 얻은 것이다.

이는 이 지사가 여권 대선주자 중 확실한 비문(非文) 후보이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이 의원도 친문(親文)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2년 8개월간 재직한 것이 약점이 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인 39%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과 함께 했던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 지사는 문재인 정권과 독립돼 있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준다.

또 이 지사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여러 장면에서 문재인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최근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장면에서 존재감이 부각됐다. 이 지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며 "집값보다는 (다주택 여부를 가리는) 숫자, 숫자보다는 실거주 여부를 따져 징벌적으로 중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집값이 올라가면 높은 종합부동산세율을 적용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 기조와 다른 얘기다.

이 지사가 정치적 경력을 쌓은 곳은 성남시와 경기도이지만, 태어난 곳이 경북 안동이라는 점도 야권 지지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구·경북에서 윤 총장 지지율은 20%였고, 그 다음은 15%를 얻은 이 지사였다. 호남 출신 이 의원 지지율은 7%에 그쳤다.

이낙연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지사와 만나 간담회를 갖기 전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다만 이 지사가 대선 경쟁력은 높더라도, 당의 주류인 친문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예선인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37%가 이 의원을 지지했고, 이 지사 지지율은 28%로 낮았다. 그러나 아직 경선까지 1년여 남아있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대선에서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고 입증을 하면, 결국 친문들도 이 지사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금까지 집권당에선 차기 대선주자로 현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왔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차별화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이 지사도 얼마나 문 대통령과 차별화를 잘 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친문 후보가 아니면 경선 통과가 어렵다'는 인식에 대해선 "친문들이 갖고 있던 그런 '신화'가 깨져가고 있다"며 "비주류가 주류세력과 경쟁할 수 잇는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