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문재인 정부의 反이승만 역사 코드 반영된 것"
보훈처, 페이스북에도 "이승만 박사 서거 55주기"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서거 55주기 추모식에서 이 전 대통령을 '박사'로만 지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반(反)이승만' 역사 코드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처장은 19일 오전 이 전 대통령의 사저였던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헌신한 박사님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라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광복 후 혼란 속에서도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대통령 중심제를 확립한 데 이어 정치·경제·외교·군사·교육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기초를 다졌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 처장은 이 전 대통령을 줄곧 '박사'라고 했다. 대통령이라는 언급은 이 전 대통령의 약력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한 번 나왔을 뿐이다.

보훈처는 공식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박사로 언급했다. 보훈처 공식 페이스북에는 "오늘은 이승만 박사 서거 55주기"라며 "정부는 1949년 이승만 박사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고 했다. "국가보훈처는 균형 있는 보훈,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보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문구도 덧붙였는데, 이 전 대통령의 사진은 정면이 아닌 측면 모습을 썼다. 해당 게시글에는 "건국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칭하지 않고 굳이 박사라고 부르는 것이 정상인가, 전세계 어디에도 건국 대통령을 이렇게 하대하는 나라는 없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이날 추모식에는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 부부 등 유족을 비롯해 70여명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같은 당 최승재·지성호·한무경·신원식·조명희·김기현 의원이 참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중 참석자는 없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만 보냈다.

주 원내대표는 추모사에서 "대한제국 말기 애국독립운동과 일제하의 독립운동, 상해임시정부 수립, 대한민국 유일한 UN 합법정부 인정, 6·25 동란에서 대한민국을 지킨 일, 한미동맹의 기초를 닦은 일 등 건국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큰 업적"이라며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해도 평산 출생인 이 전 대통령은 1919년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초대 임정 대통령에 추대됐다. 광복 후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선포하고 초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후 1961년 3·15 부정선거로 4·19혁명이 일어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미국 하와이로 망명해 1965년 7월 19일 서거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전 대통령이 주도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1948년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는 이승만의 권력욕과 분단 획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정부 수립 70주년을 겸한 8·15 경축사에서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하지 않았다.